[사설] 보수의 품격 처참히 무너뜨린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후보 단일화 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의 존재 기반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철학, 신뢰, 지도부의 정치력, 민주적 절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
국민의힘의 후보 단일화 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의 존재 기반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철학, 신뢰, 지도부의 정치력, 민주적 절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
미국이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협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관세정책의 근간인 미란 보고서의 시나리오대로 관세에서 환율 문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앞으로 2주 안에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2025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보면 이런 움직임이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미란 보고서는 1971년 금 태환 정지 선언 후 달러 가치가 고평가돼 제조업이 뿌리째 흔들렸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거시적으로는 무역·재정적자가 동반 확대돼 국가 부도 위기로 몰렸다고 강조한다. 자국 통화가 크게 저평가된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문제는 달러 가치 고평가를 시정한다 해서 제조업 수출이 늘어날 것이냐다. 특정국 통화 약세로 수출이 늘기 위해서는 ‘마셜-러너(M-L)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외화 표시 수출 수요 가격탄력성+자국 통화 표시 수입 수요 가격탄력성>1’이 돼야 한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환율과 같은 가격 경쟁력에 민감해야 한다는 의미다.제3국 시장에서 교역국과의 수출경합지수(ESI)를 구해 보면 미국 제조업은 기술, 품질, 디자인과 같은 비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달러 약세에 성공해도 수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은 이런 근거에서다. 1970년 이후 달러 가치 하락률과 수출 증가율 간 상관계수도 ‘0.2’로 낮게 나온다.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부진이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0.3%였다.역자산 효과도 우려된다. 관세 부과 후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자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실명이 꼭 필요할까?”이 질문에서 경기 과천시의 변화는 시작됐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과천시는 인구가 8만여 명인 소도시다. 작지만 밀도 높은 시민 참여와 자긍심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유일한 도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행정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뜨거운 도시이기에 시민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빠르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이 절실했다.그래서 2023년 3월, 과천시는 전국 최초로 실명이 아니라 익명으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정책 소통 단톡방’을 개설했다. 시민 누구나 별도의 인증 없이 들어와 생활 불편이나 정책 제안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처음에는 내부 반발도 있었다. “민원실, 국민신문고 등 민원 공식 창구가 있는데 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민원을 처리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컸다. 심지어 “민원이 더 폭증해 공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유익한 말은 실명을 가리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결국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내용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수가 지켜보는 열린 공간에서는 시민 스스로 무분별한 민원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놀랍게도 시행 이후 민원이 오히려 줄었다. 시민 제안을 반영한 정책도 실제로 실행에 옮겨졌다. 난임 부부 소득제한 폐지, 다자녀 기준 완화 등 시민 중심의 따뜻한 정책들이 이어졌다. 도로 포트홀, 가로등 고장, 불법 주정차 같은 생활민원도 평균 1주일 내외면 처리된다. 국민신문고 법정 처리일인 14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특히 겨울철 제설이
최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과 관련해 약 1조4000억원 공사비 정산 문제를 두고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파국, 국제 망신 등 자극적 표현으로 다루기도 하지만 이번 사안은 보다 성숙한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이 처음 수출에 성공한 대형 원전 사업이다. 4기의 원전 상업 운전을 모두 성공시켜 한국 원전산업의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는 설계 변경, 조달 지연 등으로 인한 공사비 정산이나 책임 범위에 대한 이견이 자주 발생한다. 전 세계 어디서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이번 중재 신청은 감정적 갈등의 표현이 아니다. 계약서상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합리적 수단으로 봐야 한다. 두 기관 모두 독립된 법인이고, 사적인 정리보다 법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분쟁을 투명하게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양측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분쟁 발생 시 영국법에 따라 LCIA 중재를 받기로 명시돼 있다. 2년간의 협상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 절차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다.이번 사안은 또 향후 원전 수출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국제중재를 통해 비용 부담 기준, 리스크 분담 구조, 역할 책임 등을 명확히 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해외 원전 수주에서도 한국형 원전 수출모델의 신뢰성과 계약적 투명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물론 국제중재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고 결과의 불확
이번주에는 한국의 최근 경기와 일자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된다.통계청은 오는 14일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올 들어 취업자는 지난 1∼2월 13만 명에 이어 3월에는 약 20만 명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고용 상황이 좋아 보이지만 세부 항목은 그렇지 않다. 공공행정업 등 정부 주도 일자리 사업으로 30만 명 늘어났지만 건설업과 청년층 고용은 악화일로다.3월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만5000명 줄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건설업 취업자는 작년 5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이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취업자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1만2000명 감소했다. 경제활동을 포기한 청년층을 나타내는 ‘쉬었음’ 인구도 역대 최고 수준(약 50만 명)을 이어가고 있다.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 부진의 여파로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0.2% 역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건설업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건설업 고용 상황이 언제쯤 회복세로 돌아설지 관심이 쏠린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같은 날 ‘상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2월에는 1.6% 성장을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부진과 교역 조건 악화 등 대내외 악재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어서다.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당초 2.0%에서 지난달 1.0%로 낮춘 게 대표적이다. 12일과 16일 KDI와 기획재정부가 각각 발표하는 ‘경
시호나눔재단(이사장 김태옥)은 가정의 달을 맞아 경기 여주시 내 취약계층 노인 300여 명에게 시력검사와 맞춤 안경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11일 열었다. 여주 홍천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김 이사장을 비롯해 김선교 국회의원, 이충우 여주시장, 이기수 전 여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재단이 주관하고 흥천라이온스클럽 주최, AF인베스트먼트와 시호비전그룹이 후원으로 열렸다. 현장에서 안경사 20여 명이 참여, 정밀 시력검사와 전문 상담, 맞춤형 안경 제작을 무료로 제공했다. 준비한 삼계탕으로 참석한 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도 함께 진행했다. 김 이사장은 “시력을 되찾는 일은 단순한 치료가 아닌 삶의 품격을 회복하는 일”이라며, “밝은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돕는 이 봉사가 어르신들의 인생에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국제라이온스협회 354복합지구 의장을 역임했고 40여 년간 국내외에서 수많은 시력 봉사 활동을 이어왔다. 박종필 기자 [email protected]
잘 만들어진 술과 맛있는 음식의 특징은 시간과 재료의 조화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숙성과 블렌딩이다. 술이 익어가는 과정과 재료가 섞이는 과정이 마치 작곡과 같다. 술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시간과 서로 다른 술이 마스터 블렌더의 혀에 따라 섞여서 특별한 블렌디드 위스키가 탄생하는 시간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향’(響·울릴 향)과 같다.최근 오랜만에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이유와 의미가 다르겠지만 많은 지휘자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향곡 레퍼토리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구동성으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꼽는다. 이 곡은 열정과 불안함 그리고 마주친 운명에 대한 고뇌, 평화와 행복을 통해 희망을 꿈꾸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시작부터 완성까지 21년이 걸렸는데, 여기에는 브람스의 시간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나에게도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오랜 시간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세가 되던 해에 처음으로 프로페셔널 교향악단과 함께한 음악회에서 이 교향곡을 처음 지휘했다. 흥미롭게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하모니처럼 맛과 향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의 세계를 알게 된 계기, 그리고 위스키의 맛을 즐기게 된 계기 역시 브람스 교향곡 1번이었다.대학 시절 처음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해외 콩쿠르에 나갔을 때 우연한 기회로 소중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콩쿠르를 마친 뒤 산토리홀에서 일본의 지휘 거장 도야마 유조(NHK 교향악단 종신 지휘자)가 이끄는 NHK 교향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가 있다는 포스터를 봤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분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던 터라 반신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년)였다. 1984년 5월 100만 신자가 운집한 가운데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한국 순교 복자 103위 시성식은 가톨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방한사에서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1989년 두 번째 방한 때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신자들과 손잡고 아리랑을 불렀다. 서울 절두산 순교 성지에는 그의 흉상이 있다.그는 한국뿐 아니라 20세기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또렷한 족적을 남긴 교황이기도 하다. 폴란드인으로 최초의 공산권 출신 교황이다. 즉위 8개월 만에 소련 위성국가인 고국 폴란드를 방문한 것은 동유럽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였다. 방문 이듬해 그단스크 레닌조선소의 전기 노동자 레흐 바웬사의 ‘솔리대리티’ 운동이 시작된 것. 1981년 5월 교황 피격 사건에는 소련 정보기관 KGB의 개입 의혹이 있었다.요한 바오로 2세가 공산주의 붕괴에 혁혁한 역할을 했다면, 얼마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가장 진보적 성향의 교황이다. 2014년 방한 때 벤츠 방탄차 대신 기아의 소형차 쏘울을 탔을 정도로 소탈한 그는 해방신학의 태동지 남미 출신답게 사회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할 정도로 성소수자에게 관대했다. 그러나 그의 진보적 교리 해석은 전통적 신도 층에서 큰 반발을 샀다. 가톨릭 신자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그를 “마르크스주의적 파괴자”라고 비난했다.세계 패권국에는 교황 자리를 주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레오 14세가 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교황에 올랐
한국에서 영어로 발표할 자리에 있을 때 청중의 표정에서 은근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하길래 미국에서 교수로 일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발표가 시작된 지 불과 몇 초 만에 그 기대는 걱정으로 바뀐다. “도대체 이분, 어떻게 미국에서 살아남았을까?”한국에서는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듣기 어렵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는 종종 칭찬을 받는다. 물론 그 칭찬이 버터 바른 듯한 발음이나 유려한 표현을 막힘 없이 구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에서의 박사 과정을 지도해주고 감사하게도 늘 나를 추천해 주는 지도교수님은 내 영어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권 박사의 영어는 명확합니다.”그렇다면 명확한 영어란 무엇일까? 한 부부가 외국 휴양지에서 휴가 중 방 열쇠를 객실에 두고 와서 방문을 열 수 없게 됐다. 영어 실력에 자신이 있는 남편이 호텔 직원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Excuse me, I seem to have mistakenly left my room key in my room. If you have a master key, would you mind unlocking the door for us, please?”(실례지만, 제가 실수로 호텔 방 열쇠를 방 안에 두고 온 것 같습니다. 마스터키로 방문을 열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하지만 직원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때 옆에 있던 아내가 다급히 손을 저으며 외쳤다. “No key! No key!” 직원은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방문을 열어줬다.이처럼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화법을 나는 ‘노 키 영어’라고 부른다.(드라마 ‘카지노’에서 최민식 배우가 연기한 차무식 캐릭터의 영어가 좋은 예다) 노 키 영어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간결
여전히 많은 대기업 리더는 본인이 임원이든 직원이든 스스로를 ‘대감집 머슴’ 혹은 ‘마름’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그 자조 섞인 말에 비관과 한탄만 들어 있는 건 아니다. 큰 울타리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조직에 충성하면서 오너를 포함한 여러 사람과 함께 기업과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 왔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기도 하다.그 진의야 어떻든 그런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주종관계’가 느껴지는, 그래서 마치 조직 혹은 조직의 수장과 내가 ‘충성 서약’을 맺은 것 같은 뉘앙스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수평적 관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라온 2030세대는 물론 개인주의 원조 세대로 불리던 40대 이상 세대에게도 다소 불편하게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계약 기반으로 바뀐 직장 문화수십 년간 유명무실하던 고용계약서는 이제 모든 이가 꼼꼼하게 보는 문서가 됐다. 회사와 나의 관계를 계약 관계로 명확히 인식하고 상호 간에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따져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삭막하고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연한 조직과 유연한 고용, 유연한 업무 배분 등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인사제도와 문화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이 갖는 장점이 많다.서약은 ‘언제든 시키면 뭐든지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계약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관련돼 있다. 많은 구성원이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데는 ‘내가 고용계약을 맺을 당시에 생각한 것과 일이 많이 다르다’거나 ‘일의 변화나 유연함에 대해 충분히 설명
이달 19일은 ‘발명의 날’ 60주년이다. 1963년 이후 발명의 날은 대한민국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국가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다. 한 나라에 대한 신뢰, 호감, 경쟁력의 총체적 이미지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기업가 정신’으로, 독일은 ‘기술력’으로, 일본은 ‘장인정신’과 ‘전통문화’로 각인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건 K팝, 드라마, 웹툰과 같은 문화 콘텐츠일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 작품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고, BTS와 블랙핑크는 전 세계에 한류의 저력을 증명했다. 반도체·배터리·정보기술(IT) 분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제 특허출원 세계 4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2위라는 수치는 더 이상 우리를 ‘모방자’가 아니라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한국은 지식재산(IP)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그러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백악관에 지식재산 집행조정관을 두고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일본은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해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지식재산 강국 전략’을 통해 산업 전반에 지식재산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 주요국도 IP 정책 체계를 통합·집중형으로 개편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지식재산을 ‘전문가만 아는 영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