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재 100기가와트인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기가와트로 높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지금 미국 원전은 54개인데 200개 안팎으로 늘린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초 취임하자마자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시추를 늘리는 동시에 원전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 초안 마련 등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인데 원전과 관련해선 안전기준 완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면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선 조선에 이어 원전 분야에서도 거대 미국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오고 있다. 미국은 원전 최강국이었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이후 원전 생태계가 붕괴했으며 자체 건설 능력을 상실했다. 반면 한국은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국내 및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지속적으로 원전을 지어 원전 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달엔 미주리대가 연구용 원자로 설계를 한국에 맡기기도 했다. 올초 양국 정부가 원전 동맹을 체결한 것도 미국 시장 진출에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변수는 다음달 들어설 새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자연환경 등 여건을 무시한 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탈원전을 추진해 원전산업이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안에선 탈원전을 하면서 원전 수출을 도모한다는 해외의 비판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때 탈원전을 폐기해 원전 생태계가 살아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차기 정부는 이전 정부의 오판과 과오를 되새겨 글로벌 추세에 맞춘 원전 육성 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