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충성 아닌 계약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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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충성 아닌 계약의 시대](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7.29699624.1.jpg)
그 진의야 어떻든 그런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주종관계’가 느껴지는, 그래서 마치 조직과 혹은 조직의 수장과 내가 ‘충성 서약’을 맺은 것 같은 뉘앙스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수평적 관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라온 2030세대는 물론 개인주의 원조 세대로 불리던 40대 이상 세대에게도 다소 불편하게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계약 기반으로 바뀐 직장 문화

서약은 ‘언제든 시키면 뭐든지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계약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관련돼 있다. 많은 구성원이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데는 ‘내가 고용계약을 맺을 당시에 생각한 것과 일이 많이 다르다’거나 ‘일의 변화나 유연함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불만이 내재돼 있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살아온 시대가 다른, 너무나도 다른 세대가 한 조직 안에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해야 하는데 이런 관계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은 리더를 향해 ‘옛날식으로 보상도 확실치 않은데 충성만 강요한다’고 주장하고, 리더나 관리자 이상급 구성원은 ‘젊은 세대가 회사에 대한 애정도 없고 열정도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일의 의미'서 동기 찾도록 해야
이런 간극과 오해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예전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교수는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방식보다 주인공 인식을 만들어주는 게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이제 대부분의 젊은 구성원은 호적등본이 아니라 가족관계등록부를 떼고 보고 제출하며 살아왔다. 그 가운데에는 ‘자신’이 있다. 나를 중심으로 한 관계도이고,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구성원 각자가 하는 일이 어느 영역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왜 당신이 ‘주역’이 될 수 있는지, 큰 프로젝트라면 당신이 왜 꼭 필요한 ‘신스틸러’인지를 인지시키는 것이 어설프게 “회사를 위해 주인의식을 가져라”라고 일갈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훌륭하고 전문성 있는 직원을 많이 뽑아놓은 뒤 습관처럼 그들에게 밖에 나가 “전문가를 찾아오라” “전문가 의견은 들어봤냐”라고 말하는 것만큼 일의 의미를 망가뜨리고 구성원을 주변화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회사의 주인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각자 계약을 맺은 당사자이자 그 업무 안에서는 주인공이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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