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전 부처에 CAIO를 임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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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후보들 AI 정책 경쟁
정부 조직개편에 반영해야
유병연 논설위원
정부 조직개편에 반영해야
유병연 논설위원
![[이슈프리즘] 전 부처에 CAIO를 임명하라](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7.17149995.1.jpg)
AI가 미래 경쟁력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경쟁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용 급조 공약’이라는 인상이 역력하다. 화려한 구호와 천문학적 투자 계획 외에 구체적 실행이나 제도적 지원 방안은 실종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외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이나 탄소중립과의 조화 방안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안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군의 AI 대전환을 위한 실행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보건 분야에선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방대한 건강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신약 개발 전략이 부재하다.
단순히 투자 규모를 키운다고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 개혁을 비롯해 인재 양성, 민관 협력 등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육성보다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술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기술 패권 시대에 우리 정부에는 AI 전문가는커녕 이공계 출신 장관조차 드물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과학기술정책을 지휘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조차 주요 보직을 인문·사회계열 전공 인사들로 채웠다. 이런 조직으로는 AI 중흥은커녕 추격도 어렵다.
AI 발전이 가져올 변화는 단순히 기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 구조와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재편은 물론 교육과 고용, 규제 체계, 나아가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직면했다. AI 최강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모든 부처에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임명을 의무화해 부처별 AI 전략 수립과 위험 관리 등의 역할을 부여한 것은 그래서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CAIO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AI로 감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법무부(DOJ)는 세계 마약 시장을 AI로 분석해 수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이런 결과다.
AI 정책은 인기몰이용 슬로건이나 숫자놀음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을 쌓았듯, AI를 육성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낼 역사적 사명이 신임 대통령의 어깨 위에 있다. 일부 산업이나 기술 부처에 국한된 책임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절실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새 정부는 부처별로 실질적인 권한과 전문성을 갖춘 CAIO를 임명해 혁신의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전략과 실천 방안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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