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확실성 큰 트럼프 관세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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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국에 불만 쏟아내며 '난사'
작은 움직임도 면밀히 대응해야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작은 움직임도 면밀히 대응해야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불확실성 큰 트럼프 관세폭탄](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7.26939819.1.jpg)
이번 미·중 관세 전쟁은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와 비교해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메시지는 미국 기업이 해외로 이전한 제조업 분야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많은 전문가는 이를 선거 전략으로 해석했다. 핵심 지지층이 거주하는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양산업이 몰려 있어 관세를 높이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의 복귀와 고용 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경제안보’라는 프레임을 더해 최첨단 산업과 전략 산업의 혁신을 미국 또는 미국의 정치적 동맹만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즉 중저가 제조품 분야에서는 중국에 계속해서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첨단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연구개발에선 산업정책 수준의 지원을 통해 미국이 미래 기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25년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 불규칙성과 불확실성이 이번 관세 전쟁의 주요 특징이다. 그는 관세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비관세 장벽인 기술무역 장벽까지 함께 거론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호혜적 대우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무역적자 수치를 근거로 관세가 불평등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보다 먼저 재협상팀을 파견한 일본에는 무역 현안이 아니라 주일미군 주둔비용 문제를 꺼내 들었다. 미국 측은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평소 갖고 있던 요구와 불만을 무역 불균형과 차별 문제로 돌리며 재협상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불규칙성과 불확실성에 따라 개별 기업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대만이 자국 반도체 사업을 빼앗아 갔다고 불만을 표출한 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1000억달러(약 147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대만에 상호관세 32%가 부과됐다. 당황한 것은 외국 기업인 TSMC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5000억달러(약 709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에 대규모 인공지능(AI)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에 주로 파는 저사양 AI 가속기 모델 수출을 금지당했다.
상대의 정책적 방향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주요 쟁점뿐 아니라 사소한 사안까지 모두 점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따금 언급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미 간 현안 외에 다자 관계 이슈 역시 뜨거운 감자다.
지난 2~3년간 중국은 수출시장으로서 그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과 함께 선두를 다투는 주요 수출시장이다. 수입 측면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일본을 대체하며 1위 수입처가 됐고, 2위인 미국과는 수입액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야말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형국이다.
미국에 수출이 편중되고 신규 수출국 확보가 어려운 기업은 최악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의 대체 수입처를 모색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대응 전략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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