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파트는 최고의 시니어하우스 단지입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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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해외에서는 현재 사는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이상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부분 대규모 단독주택에 거주하다가, 거동이 불편해지면 실버타운으로 입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선 시티'인데, 개인 주택에 살면서도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다만 캘리포니아 등 주요 도시에서는 비용이 매우 비싼 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연속 돌봄형 주거단지(CCRC)'나 '대학 연계형 은퇴자 주거단지(UBRC)' 등 다양한 고령자 주거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부모와의 거리에 따라 주택 보유세를 차등 부과하는 등 세대공존형 모델 운영에 나섰습니다. 일본은 '사코주'라는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이 민간 주도로 도입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실버타운의 약 400배 규모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 기준 요양시설을 포함한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 규모는 전체의 2.7%에 불과했고, 실버타운은 고령자 대비 0.23%만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버타운보다는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이 무려 87.2%였습니다. 심지어 48.9%는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간병인을 집으로 불러 생활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보유세를 줄이고 기존 아파트에서 의료·식사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현재 집에 거주하면서도 보다 쉽게 실버타운의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형 아파트 단지는 첨단 IT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고, 단지 내 상가에는 병원과 약국, 음식점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커피부터 식사까지 언제든 배달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약 없이도 단지 내 병원에서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데, 의료보험 덕분에 비용도 매우 저렴합니다. 응급상황에는 119를 통해 곧바로 종합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습니다. 최근 준공된 아파트 단지는 데이케어센터가 함께 들어서, 고령층의 취미활동을 지원합니다. 결국 우리가 이미 사는 아파트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실버타운이 선호되는 이유가 삼시세끼 챙겨주는 식사 서비스, 24시간 이용 가능한 의료 서비스,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아파트에서 약간의 서비스만 강화해도 실버타운 수요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시니어 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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