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AI시대는 신입사원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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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명 모비노마 대표
![[MZ 톡톡] AI시대는 신입사원의 종말?](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7.34727725.1.jpg)
지인 회사 대표의 말이다. 인공지능(AI) 도입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면서 기업이 더 이상 ‘배워가며 일하는’ 신입사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 말이 이제는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는 듯하다. 잡코리아의 올 1분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졸 취업준비생 10명 중 7명이 “AI 도입으로 채용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회의록 작성, 간단한 보고서 작성, 마케팅 자료 초안 등 전통적으로 신입사원이 맡아온 업무가 이제 챗GPT나 코파일럿(Copilot),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등 자동화 툴로 대체돼가고 있다. AI 기술은 반복적인 작업은 물론 일정 수준의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고객 응대 등까지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자고 나면 더 나은 고성능 AI 서비스가 계속 출시된다. 한 분야에 특화된 AI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너무 많아 어떤 서비스를 써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AI가 신입 인력의 역할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소프트웨어 개발과 영상 콘텐츠 제작이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Cusor’ ‘깃허브 Copilot’ ‘제미나이 Code Assist’ 같은 AI 코드 어시스턴트 도입으로 초급 개발자의 업무가 대체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필자 회사의 중간급 개발자들은 AI 어시스턴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등 AI가 신입 개발자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콘텐츠 제작 업계도 이미지 생성형 AI, 영상 자동 편집 AI, 음성 더빙 AI 등을 활용한다. 영상 기획부터 제작, 후편집까지 업무가 거의 자동화됐다. 이 분야 시니어들은 AI 도입으로 과거에 비해 업무 시간이 20~30% 줄어들었다고 한다. 더 이상 신입사원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수개월을 가르쳐야 비로소 업무에 투입 가능한 신입사원보다 시간·비용 면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말일 것이다.
이런 흐름이 기업에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는 고민거리를 남긴다. 신입사원이 줄어들면 결국 중간 관리자와 고급 인력의 공급도 줄어든다. 사람은 AI처럼 갑자기 중간급 인재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인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가 사람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는 방향으로만 쓰일 경우 기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사회 진입의 첫 관문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신입사원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이 기회를 잃은 청년층은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AI는 분명히 효율적이고 빠르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AI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는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과 같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는 ‘지금 잘 굴러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성장할 사람’에게 달려 있다. 중장년층만 있고 신입이 없는 조직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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