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민주주의의 실종…국힘 '막장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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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후보교체…당 투표서 제동
'극한 내홍' 보수당 한계 드러내
'극한 내홍' 보수당 한계 드러내

김 후보는 11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제가 반드시 당선돼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당은 전날 당 대선 후보를 김 후보에서 한 후보로 변경하는 내용의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를 했지만 부결됐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공식 후보 자격을 되찾았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 후보도 투표 결과를 받아들여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2일을 눈앞에 두고 단일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극한의 내홍은 겨우 봉합 수순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후보 신뢰도, 지도부의 정치력, 민주적 절차 등 모든 측면에서 정당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가치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명분으로 내부 당권 다툼에만 골몰하다가 결과적으로 최악의 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 실장은 “선출되지 않은 지도부가 경선 룰을 좌지우지한 것이 역풍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대선이야 어찌 되든 말든…'당권 싸움'에만 매몰된 국힘

애초 단일화 논의 초반만 해도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내세워 당선된 김문수 후보가 말을 바꾼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컸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후보를 일방적으로 교체할 정도의 명분은 되지 못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경쟁력이 더 앞선 것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엎치락 뒤치락했다. 당 지도부가 11일(후보등록일)까지 단일화를 위해 시도한 후보 교체 작업이 ‘정당 민주주의’의 틀을 흔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당원과 국민이 경선을 거쳐 선출한 최종 후보를 당이 먼저 끌어내리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권보다 당권을 염두에 둔 내부 기득권 다툼이 이번 파동의 주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누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지보다 어떤 후보가 당권을 잡는 것이 주요 의원의 기득권 유지에 도움이 될지가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친윤계 의원들이 윤심(尹心)의 영향을 받아 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구심이 이어지며 후보의 경쟁력을 오히려 갉아먹는 계기가 됐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차기 당권을 쥐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덕수 후보의 경쟁력이 더 클 수도 있었겠지만 기득권 싸움과 ‘꼼수’ 절차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며 당심의 벽에 부딪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이 경선 이후 ‘원팀’을 이루지 못한 점도 차기 당권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에서 지면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만큼 우선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홍준표 전 후보는 경선에서 패배하자 탈당한 후 미국행을 택했고, 한동훈 전 후보는 김 후보의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쇄신과 반성에 나서지 않으면 대선 승리는커녕 보수정당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실망한 당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탈당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당이 초반부터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를 놓쳐 변화하려는 의지를 포기한 당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정상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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