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리더는 몇점입니까?" 직장인 1168명에게 물었더니…
"나는 괜찮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팀원들은 알아주지 않을까?" 이는 리더들이 종종 제기하는 의문이다. 다면평가나 리더십 진단 결과를 확인한 리더들은 흔히 충격을 받으며, “내 생각과 구성원들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는 등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렇듯, 리더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구성원이 바라보는 현실 속 리더의 모습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한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찍은 자신의 사진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휴넷리더십센터는 최근 대한민국 직장인 1168명을 대상으로 리더십 인식 조사 「리더십 TrendingNow」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리더십에 대한 인식 차이는 단순한 개인의 착각이 아닌 대한민국 기업 전반에 퍼져 있는 구조적 문제로 확인되었다. 「리더십 TrendingNow」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인식 차이 뿐만 아니라, 이상적 리더십과 현실 간 간극, 세대 인식 차이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직장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 “나는 잘하고 있다” vs. “글쎄요”

대한민국 기업 전반의 리더십에 성적을 매긴다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조사 결과, ‘평균 혹은 평균 미만’이라는 다소 아쉬운 결과가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회사의 전반적 리더십에 대해 "기본은 갖추었으나 다소 아쉽다"거나, "평균적 수준으로 무난하다"고 답했다. 직장인 대다수가 회사의 리더십을 '그저 그런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롤모델로 삼을 만큼 훌륭하다"는 평가는 고작 2% 수준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리더와 구성원 간 인식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임원들이 자신이 속한 경영진급 전반을 평가할 때는 "믿고 따를 만하다" 또는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는 긍정 응답이 30%에 달했다. 반면, 같은 경영진을 바라보는 팀원과 팀장들의 긍정 평가는 각각 12~15% 수준에 머물었다. 경영진과 이들의 리더십을 경험하는 구성원 간에 두 배 이상의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부정적 평가에서는 리더와 구성원의 인식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팀원의 23%는 경영진이 리더십에 대해 "이해가 전혀 없다"고 신랄하게 평가한 반면, 같은 응답을 한 임원은 고작 1% 수준에 불과했다. 경영진과 일반 직원 사이에 심각한 인식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몰입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리더가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는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또한 리더가 자신의 약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리더십 발전의 큰 장애물이 된다.


# 원하는 리더 vs. 만나는 리더

한국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리더는 큰 그림을 그리며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항해사' 유형과 구성원들과 함께 의사결정하는 '의견조율사'형 리더였다. 그러나 이 두 유형은 선호도에 비해 실제 경험 비율이 매우 드물었다.

반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리더십 스타일은 명확한 지시와 통제로 업무를 관리하는 '전투사령관'형이었다. 응답자의 약 54%가 전투사령관형 리더를 자주 경험한다고 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전투사령관 유형의 선호도는 6개의 리더십 유형 중 최하위였다. 절반 이상이 해당 스타일의 리더와 함께 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호하는 구성원은 4명 중 1명에 그쳤다.

즉, 구성원들은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리더를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시와 통제 중심의 전통적 리더십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 간 차이는 구성원의 리더십 만족도를 낮추고 몰입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리더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제와 지시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참여를 촉진하는 등,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활용해야 한다.


# 비전과 전략을 중시하는 베이비부머 vs. 소통을 원하는 Z세대

세대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리더에 기대하는 역할을 질문했을 때, 베이비붐 세대와 같은 고연령층은 리더가 '비전 제시'(51%)와 '혁신과 변화 주도'(56%)를 통해 조직의 미래 방향을 설계하길 원한다. 반면, Z세대는 ‘문제해결 및 위기관리’(67%)와 '팀워크 강화'(50%)를 리더의 핵심 역할로 꼽았다. 베이비붐 세대가 "큰 그림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동안, Z세대는 "지금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고, 우리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말하는 셈이다.

미래에 강화돼야 할 리더십 역량으로는 '전략적 사고'(45%)와 '수평적 소통'(44%)이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세대별 차이가 분명했다. Z세대는 ‘목표 및 성과관리 역량’과 '수평적 소통'을 최우선으로 꼽은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압도적으로 '전략적 사고'를 중시했다.

이러한 기대 차이는 리더에게 큰 도전이 된다. 한 팀 안에서도 베이비붐 세대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Z세대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리더를 원한다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 '정답'일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one-size-fits-all) 리더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국 팀 구성원의 세대별 특성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적응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 리더십의 미래 – 인식 격차를 해소할 경청과 공감

대한민국 리더십의 현주소는 '인식의 골'로 요약할 수 있다. 리더와 구성원,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효과적인 리더십 발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솔직한 소통과 객관적인 평가, 그리고 리더의 지속적인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리더의 의도가 아닌 구성원의 경험으로 평가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구성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과 '공감'이다.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신뢰할 때, 조직은 진정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리더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김형선 휴넷리더십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