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력의 경쟁업체 이직,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작은 광고업체를 운영하는 김대표는 얼마 전 퇴사한 영업부서의 전 에이스 직원 이부장이 같은 업계의 경쟁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부장은 김대표가 운영하는 광고업체의 주요 고객들과의 인적 관계가 워낙 끈끈한 데다 자기 회사의 외주 단가나 내부 사정을 워낙 잘 알고 있다 보니 이부장의 경쟁사 이직은 김대표의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무슨 수가 없을까' 고민하던 김대표는 회사가 직원 채용 시 사용하는 근로계약서 양식에 '퇴사 후 2년간 동종업계 취업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이를 근거로 이부장의 이직을 막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과연 김대표는 이부장의 경쟁사 이직을 막아낼 수 있을까?

위와 같이 근로자가 사용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경쟁업체를 설립, 운영하는 등의 경쟁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을 경업금지약정 또는 전직금지약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법원은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바{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원의 판단기준에 비추어 실효성 있는 경업금지약정을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 이익’의 유무가 최우선적인 관건이 된다. 경업금지약정에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 이익’이란 부정경쟁방지법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원은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하고자 하는 사용자 이익이 회사의 핵심 영업비밀이라거나, 그 정보의 가치가 높은 경우에는 경업금지 기간이 다소 길거나 지역적 범위가 넓다고 하더라도 경업금지 약정을 유효로 보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법원은 근로자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 학력과 경력에 비추어 스스로 체득하게 된 일반적 지식, 기술, 경험, 거래처와의 친분관계,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거나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않는 가격, 거래처, 공급처, 상품정보 등의 거래정보와 영업정보, 널리 공지된 것으로서 다른 경쟁업체가 별다른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술 등은 보호가치 있는 사용자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경업금지의 기간이나 지역 제한, 대상 직종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여부도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경업금지의 기간이나 지역을 어느 정도로 정해야 적정한지는 약정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영업비밀 등 사용자의 이익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근로자의 생계, 동종 업계의 관행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하는데, 일반적으로 경업금지의 기간은 1~2년 내외가 적정하고, 경업금지 지역이나 직종 역시 구체적인 범위나 업종이 특정되거나 제한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반도체 업체 연구원의 경쟁업체 이직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사례에서 회사는 근로자와 체결한 전직금지약정에 전직금지약정의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전직금지대상이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평가하였던바(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2. 29.자 2023카합21014 결정), 경업금지의 대상 직종을 단순히 ‘동종’ 혹은 ‘경쟁’ 업체라고 표기하기보다는 가능한 주요 경쟁 업체를 명시하여 나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각 근로자의 업무나 직급에 비추어 회사의 영업비밀을 접하거나 습득하는 범위가 다를 수 있으므로, 경업금지약정의 내용도 각자 개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취업규칙이나 정형화된 사내 서식(보안각서 등)으로 입사 혹은 재직 중인 근로자 모두에게 동일한 내용의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것보다는 핵심기술을 다루거나 회사의 주요 비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직원에게만 한정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업금지 의무에 상응하는 대가의 지급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는 없으나, 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이나 유효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대가의 지급’ 여부를 고려요소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업금지의 대가(매월 지급한 보안수당, 퇴직 후에 지급한 퇴직생활보조금, 전직금지약정금, 해외 체류 기간 지급한 외국체류지원금 등)를 지급할 경우 경업금지약정 자체의 유효성을 인정받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달리 지급된 경업금지의 대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약정이 체결되었다면 약정의 효력이 전부 또는 일부 부인될 가능성은 보다 높아지게 된다.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시기나 형식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고, 실제로도 경업금지약정은 퇴사 시는 물론 입사 시나 재직 중에 체결되기도 하며, 그 형식도 별도의 계약에 의한 경우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제출하는 서약서나 각서의 형태 등 다양하다. 다만, 입사 혹은 재직 중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의 경우 근로자가 그 체결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약정 자체를 무효로 보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퇴사 시에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명시적으로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경업금지의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종합하면, 퇴직하는 직원의 경쟁사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업금지약정 체결 시 경업금지의무를 부여할 대상을 주요 임원, R&D 종사자, 주요 영업관리자 등 핵심인력에 한정하여 엄선하고, 경업금지 기간과 대상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경업금지로 보호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사용자 이익 역시 명확히 특정하며, 대상자들에게 전직금지의무 부담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있고, 약정 체결 후에도 승진이나 직무 변경 등 필요 시 약정을 갱신하며 가능하다면 퇴직 시 이러한 약정에 대하여 재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경업금지약정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서, 그와 관련된 법적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이 단순히 제재와 제약을 통한 기밀보호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명확한 커리어 패스 제공과 포상 체계 연계를 통해, 근로자의 자발적 준수를 유도하는 인재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