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한테 노조가입 권유 메일을 보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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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태광노무법인의 'e노무세상 이야기'
노조의 사내전산망 이용 허용해야 하나
태광노무법인의 'e노무세상 이야기'
노조의 사내전산망 이용 허용해야 하나

최근 노조가 설립돼 앞으로 어떻게 노조와의 관계를 가져갈지를 두고 연락을 주고 받던 회사에서 생긴 일이다.
노조의 조합활동이 헌법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이고, 그래서 조합활동을 제한할 경우 자칫 부당노동행위의 형사처벌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회사 인사팀 내부에서조차 사내 전산망을 이용한 조합활동은 어쩔 수 없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회사 메일을 업무용으로만 사용해 오라고 강조해 왔는데 조합활동이라고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불가 입장으로 나뉘어 오다 필자에게 'SOS'를 보낸 것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회사의 전산망은 업무를 위한 이메일 사용에서부터 임직원의 연락처 등 인적사항, 그리고 홈페이지나 고객정보, 기타 다른 중요 업무정보를 상당수 연계시켜 회사와 근로자의 업무효율을 극대화시켜 놓은 일종의 회사 소유의 업무처리 도구다. 서버 구축에서부터 기능을 고도화하는데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금액과 시간이 투자된다. 따라서 생각 이상으로 회사의 소유권과 소스 코드 등에 대한 저작권, 이용권에 대한 상당한 가치가 인정된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는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에 있어 회사 자산인 사내전산망 이용은 시설관리권 등에 의해 제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활동은 기본권인 만큼 포괄적으로 인정되고, 제한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한다"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사내전산망을 이용한 조합활동에 대한 접근은 원칙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이를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내전산망 이용과 관련한 노사간 맺어진 단체협약상 근거나 이용기준이 존재하는가이다. 당사자 간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면 이를 제한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신중해야 한다. 근거가 있는 이용에 대해 제한의 카드를 내미는 것은 자칫 노조활동의 방해 내지 개입으로 오인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단체협약에 사내전산망 이용에 대한 근거가 없는 경우라면 조합활동 차원이라 하더라도 그 사용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과 소유권에 대한 권리가 존중(대법 2007도10896)되어야 하고, 사내전산망을 꼭 이용해야 할 해당 조합활동의 특수성과 상황도 어느 정도 수긍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내전산망이 조합활동을 위해 당연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인정될 수 없다.(서울중앙징법 2014카합1207)
둘째, 단체협약과 별개로 회사 사규 등을 통해 사내전산망의 메일 사용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 두었는가이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57493) 더불어 이를 통해 평소 업무 외 사용을 엄중히 제한해 온 운영관리가 잘 이루어졌는지도 중요하다. 만약 사용 규정이 존재하고 실태적으로도 기준이 지켜져 왔다면, 노동조합의 활동이라고 하여 달리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적정한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서울고법 2019누52814)
셋째, 무단의 사내전산망 사용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사용제한 가능성의 고지가 이루어졌는가이다. 여러 판결에서는 '회사가 노조의 사내전산망 이용에 대해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수 차례 발송한 점(서울고법 2019누52184,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2854)을 통해 시설관리권과 소유권에 관한 명확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인정해 사용 제한의 기준과 징계(견책)에 관해 정당하다고 보았다. 조합활동에 대한 기본적 존중과 자발적 사용중단을 촉구하는 시설관리권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모습인 점에서 회사의 사용제한 정당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사용제한의 형평성을 유지하였는가이다. 평소 다른 직원들의 업무외 사용을 묵시적으로 인정해 왔거나, 적어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면 아무리 규정을 마련해 두었다 하더라도 조합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제한으로 비춰질 수 있다. 특히 조합원들 역시 직원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형평성의 시각은 충분히 입증 가능하고 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형평성 있는 적용의 잣대는 언제나 중요한 관리 기준이 된다.
다섯째, 노조 차원에서는 다른 대안이 있는 경우 특별히 더 유의해야 한다. 다양한 IT플랫폼의 이용 가능성은 노조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 차원에서도 회사 소유 자산을 꼭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보여지게 한다.(서울중앙지법 2014카합1207) 간혹 구성원들의 연락처나 주소 등 정보확보에 편의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별개의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점에서 이제는 특별한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판결에서도 다양한 대안이 존재함을 이유로 승인되지 않은 사내전산망 이용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본 예가 있는 점에 감안하면 신중한 판단과 접근이 노사 모두에게 요구된다 할 수 있다.
그간 조합활동과 회사의 시설이용은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되기도 하여 그 경계선이 모호하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업무도구로써 활용되는 사내전산망을 통한 이메일, 게시판 등에 대해서도 이를 조합활동에 이용할 때 노사갈등이 증폭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노사갈등을 줄이고 서로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동조합으로서는 자주적 활동이란 측면에서 자체적 홍보,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장에게까지 조합가입 원서를 보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회사로서도 물론 시설이용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평소에도 일관되고 형평성 있는 관리를 실현해 조합활동에 대한 부정적 제한이라는 오해와 법적 판단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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