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치킨은 답 없다"…'브라질산' 수입금지에 치킨값 또 오르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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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량 90% 차지하는 닭고기 수입선 '올스톱'
국내산도 '수급난'…치킨값 인상 자극할 수도
국내산도 '수급난'…치킨값 인상 자극할 수도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치킨가게 사장 김모 씨(42)는 며칠째 닭고기 공급업체에 납품 문의를 넣느라 여념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브라질산 닭고기 품귀 현상에 재고를 구하기 위해서다. 김 씨의 가게에서 주로 납품 받는 절단 닭정육 단가는 올 초 5000원대에서 최근 6000원대로 한 차례 인상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새 공급업체에선 재고가 대부분 바닥 났다며 다시 20% 정도를 가격을 더 올려 단가를 맞춰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마저도 수량이 별로 없다며 물량을 잘 넣어주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씨는 “이 상황이라면 순살 치킨 값을 30% 정도는 인상해야 가져가는 게 있을텐데 브랜드 치킨도 아닌데 어느 손님이 그 돈 주고 사먹으려 하겠나”라며 “식자재 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을 죄다 돌아다니며 일단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브라질산 종란(병아리 부화용 계란), 식용란, 초생추(병아리), 가금육 및 관련 생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브라질 종계 농장에서 HPAI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15일 선적분부터 적용돼 금지 전 14일(5월1일) 이후 선적된 물량은 HPAI 검사를 거쳐 반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조치는 브라질 농축식품공급부(MAPA)가 종계 농장에서 HPAI의 발생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남부 리우그란지두술주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종계가 폐사하자 연방정부실험실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15일 H5N1형 HPAI 양성이 확진됐다. 브라질 사육 가금 농장에서 HPAI가 발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브라질 내 HPAI는 2023년 5월 야생조류에서 최초로 발생 보고된 바 있다.
브라질산은 국내 닭고기 수입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닭고기 수입량 5만1147t 가운데 88.4%(4만5211t)가 브라질산이다. 2023년(84.2%)과 지난해(85.7%)도 대부분을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브라질산 수급이 안되면서 수입산 닭정육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특히 브라질산 닭고기를 주로 쓰는 순살 치킨 값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뼈가 있는 치킨의 경우 주로 국내산을 쓰지만, 순살 치킨이나 닭강정류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닭강정이나 일부 중소 치킨 브랜드, 대형마트 델리코너, 외식업체에서 브라질산 닭고기를 일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산 닭고기 가격은 국내산의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동 호프집 사장 박모 씨(36)는 “안주로 순살 볶음 치킨을 주로 내놓고 있어 일단 냉동 물량을 최대한 쟁여놨다”며 “매장 내 냉동고는 물론 자택과 부모님댁 냉장고에까지 재고를 꽉꽉 채워 놨다. 그나마 우리는 볶음 치킨이라 냉동 치킨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편인데, 인근 치킨 매장에선 염지 닭을 냉동으로 들여와도 2~3일 이상 보관이 어려우니 고민이 많더라”라고 전했다.

일단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은 수입선 다변화로 대응할 방침. 한 대형마트 육계 바이어는 “브라질산 수입 냉동 계육은 60일 이상분은 비축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급 영향은 없다”면서도 “이슈가 장기화하면 브라질산 외에도 태국이나 미국 등 대체 산지 수입 비중을 기존보다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관계자도 “한 두 달분 비축 물량이 있어서 당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 태국 등 다른 국가를 통해서 물량을 수급해오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5.3% 오른 국내 치킨 가격이 자칫 더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Bhc나 BBQ는 대다수 메뉴를 국내산 닭고기로 제조하고 있으며 교촌치킨은 국내산과 태국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영향은 제한적이다. 업계는 순살 치킨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나 브라질산 닭고기 비중이 높은 소형 치킨 프랜차이즈 위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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