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난티
사진=아난티
회사 회계장부를 허위 공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만규 아난티 대표와 이홍규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형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회계 처리 시 ‘지출의 실질’을 고려할 수 있다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의 원칙에 따른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13일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이 전 CFO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회계 판단 기준으로 K-IFRS의 ‘원칙 중심 회계 기준’을 강조했다. 이는 회계 담당자가 구체적인 지침에 따르기보다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 처리를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단순한 영수증 등 문서 증빙보다는 실제 지출의 목적과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피고인들은 2015~2016년 개발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관련 이해관계자 및 민원인에게 지급한 수십억 원 규모의 사례비·보상비 등을 영수증 없이 선급금으로 회계 처리하고, 이를 자산으로 공시했다. 검찰은 이러한 회계 처리가 허위였으며, 실제로는 비용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자산으로 인식해 외부감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출 증빙이 반드시 있어야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지출이 자산 취득 원가에 포함될 수 있다면 다른 합리적인 자료로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단순히 증빙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비용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허위 재무제표 작성 혐의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일부 지출을 장기간 선급금으로 유지한 점에 대해 재판부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주주의 지적 이후 개선 노력을 기울인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2023년 3월 이홍규 전 CFO를 먼저 기소해 공소시효를 정지시켰고, 이후 2024년 4월 이만규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아난티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인 삼성생명과의 부동산 부정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황동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