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선거와 노동분쟁의 역사
6·3 대선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주요 후보들이 속속 공약을 발표하고 있고, 대체로 경제 부흥을 제1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미국의 정책 등 여러가지 변수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유권자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노동 분야 역시 경제와 떼어 생각할 수 없고, 근로제공으로 얻은 수입으로 사는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직결되는 문제들이 많아 대선시즌이 되면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세기말부터 현재까지 정권별 주요 노동법 이슈들을 살펴봄으로써 차기 노동정책 방향을 예상해본다.

#김대중 대통령
IMF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추진되었다. 정리해고제도가 도입되었고, 파견법이 제정되었다. 주로 금융, 기업, 공공부문에서 구조조정이 많이 이루어졌고, 직장을 떠난 이들은 이른바 비정규직 고용형태로 다시 채용되기도 하였다. 당시 IMF의 요구에 따라 파견법이 도입되었고, 당시 노동계는 정규직 1명 줄이고 비정규직 1명 늘린다는 이유로 단식투쟁을 할 정도로 강력히 반대하였다. 그러나 파견법이 판례를 통하여 사내도급이나 위탁, 아웃소싱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해석·적용되어 오면서 이른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되는 루트로 활용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노동법의 영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자파견관계 분쟁과 판결의 기원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초기에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내세우고 노사정위원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다가 노사관계 개혁방안에 대해 노동계가 반대하면서 노동계와 각을 세우게 되었다. 가장 괄목한 만한 변화로는 기간제법이 제정되어 기간제 근로계약을 규율하는 기초법이 되었고, 이후 기간제 근로자와 관련한 여러 이슈(갱신기대권, 기간제근로자 차별, 직접고용 간주의무 발생 기간 계산 등)에 관련한 판례들이 나오게 되었다. 또 고용간주를 고용의무로 바꾸는 내용으로 파견법이 개정되어 고용의무와 관련한 판례들이 나오게 되었고, 임금채권의 성격을 가지는 고용의무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인지 10년인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노사관계 법치주의 확립’,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및 규제개혁을 노동정책의 기본과제로 추진되었다. 이에 노동계와는 대립하게 되었고,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였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당시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추진되었고, 여러 부수적인 기능들이 아웃소싱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공공부문에서 아웃소싱이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분쟁이 다수 발생하였다.

#박근혜 대통령
노동개혁이 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로 추진되었다. 구체적으로 파견법,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노동개혁 4법 개정 같이 구체적인 입법 방안들이 추진되었고, 양대지침인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운영 지침’이 제정·추진되었다. 이러한 방향에 지지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으나 노동계에서는 '쉬운 해고', 근로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이라면서 반대하였다. 결국 노동개혁 4법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통령 탄핵으로 더 이상 정책이 추진되지 못했다. 한편 최근 들어 저성과자 해고를 긍정한 판례들이 축적되고 있고, 판례가 공정인사 지침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띄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이를 재평가할만하다(쉬운 해고라고 프레임 씌워져 비판을 받았으나 사실 알고 보면 기존의 선례들을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고, 법에 어긋나는 것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한편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었고, 정년연장과 더불어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관한 분쟁의 시초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노동분야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기로 보인다. 최저임금이 유례없이 급상승했고, 주52시간 제도,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도입되어 직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노동조합 설립 문턱이 매우 낮아져 소위 특고로 불리는 직종들을 조직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고, 상대방 사업자들의 단체교섭 의무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또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도급인의 책임이 대폭 강화되었고, 기업들에 공포의 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주52시간 제도로 인하여 근로시간인지 아닌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게 되었고, 고정OT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법상 적법한 노동조합이 맞는지 따져보는 분쟁이 증가하였으며, 산안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입건되고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사례가 매우 많아졌다.

#윤석열 대통령
출범과 함께 3대 개혁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선언하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추진되었다. 이 중 먼저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연장근로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였으나 주69시간 프레임에 걸려 좌초되었고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개혁방안을 제대로 제도화하지는 못하였다. 다만 화물연대 파업 등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등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조치들은 있었다.

#Next?
대선후보가 먼저 확정된 쪽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2, 3조 개정으로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권 보장,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안전보건관리 강화 등의 공약을 발표한 반면, 대선후보가 늦게 확정된 쪽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노동공약을 제시되지 않았는데, 노동운동가 출신의 후보가 어떤 정책을 제안할 지 관심이다. 만약 정권이 바뀌어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사이를 비롯해서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이들 사이에 노동조합법이 전면 적용되어, 단체교섭 의무를 둘러싼 분쟁이 상당히 늘어나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을 통한 문제해결 시도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