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급증과 주주권 행사 확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지배구조(G)가 기업 핵심 아젠다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로펌이 관련 조직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특히 정권 교체 후 예상되는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을 대비해 국민연금·한국거래소 출신 전문가 영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혁이 새 정부 출범 후 주요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배구조 투명성’을 주식시장 활성화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 상법 개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선 후 지배구조 이슈 본격화"…로펌 '전담팀 신설' 경쟁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대비해야”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LG그룹 상속 분쟁,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분쟁 등 대형 경영권 다툼이 늘면서 과거 가족기업 승계 문제로 여겨지던 지배구조가 이제는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경영권 분쟁·기업승계자문센터에 이어 기업지배구조센터(CGC)를 신설하는 등 이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CGC센터는 지배구조 개선 종합 자문, 기관투자가·소액주주 주주권 행사 대응, 주주총회 의결권 권유 대응 전략 등 업무를 담당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오용석 고문이 센터장을, 국민연금 주주권행사팀장 출신 문성 변호사가 부센터장을 맡았다. 문 변호사는 “앞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4대 그룹을 비롯한 의결권 행사 대상 20개 기업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은 기업지배구조전략센터를 설립하고 지난해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규홍 전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 남상봉 전 거래소 상장공시위원 등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김앤장은 조현덕·노재호 변호사를 포함해 70여 명으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경영권분쟁팀을 운영하며, 2022년 거래소 최영철·이성길·신병철 부장급 인사를 대거 스카우트했다.

광장은 지배구조연구원 역량 강화를 위해 2023년 거래소 코스닥상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현성 변호사를 비롯해 송영훈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장보, 성인모 전 금융투자협회 수석전무, 안태일 전 국민연금 채권운용실장을 일괄 영입했다. 태평양도 거버넌스솔루션센터를 신설하고 지난 3월 라성채 전 거래소 유가증권본부 상무를 고문으로 채용했다.

◇상폐 대응도 지배구조 개선과 직결

금융당국의 상장유지 요건 강화도 지배구조 개선 이슈와 연결되면서 로펌들이 관련 전문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상장폐지 대응은 단순 재무적 기준 강화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내부통제,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 종합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평은 3월 채남기 전 거래소 부이사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상장유지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김병률 전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장영은 전 공시부·상장부 팀장 등 거래소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이행규 지평 대표변호사는 “상장폐지 대응은 단순 법률 문제를 넘어 지배구조 개선, 공시, 회계, 내부통제 등 종합적인 자문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화우는 일찌감치 상장팀을 조직하고 거래소 상무 출신 김성태 고문과 부장 출신 김종일 수석전문위원을 채용했으며, 지난해 정운수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을 추가로 영입했다. 바른도 지난해 8월 윤기준 전 한국ESG기준원장을 상폐대응팀에 영입했다. 린은 최근 거래소에서 상장제도팀장을 지낸 엄세용 전문위원을 필두로 상장폐지대응팀을 신설했다.

허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