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관투자가들이 방위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방산은 인명 살상에 활용된다는 점 때문에 ESG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투자 금기’로 여긴 업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방산을 ‘전략적 지속 가능성 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분위기다.

방산으로 눈 돌린 기관…'ESG 투자 금기' 깨진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 각국과 주요 국부펀드가 방산업체 투자 제한 정책을 완화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산이 단순히 전쟁산업이 아니라 자국의 사회적 안정을 챙기는 산업이라는 시각이 확산한 영향이다.

노르웨이에선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방산 투자 기준 완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펀드는 운용 자금이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까지 60여 개국 약 8650개 기업에 투자했지만 록히드마틴, 에어버스, 보잉 등 기업엔 약 20년째 투자를 안 하고 있다. 핵무기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엔 자금 투입을 금지한다는 윤리 규정이 있어서다. 노르웨이 야당인 보수당과 진보당은 이 규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방산주 수익률이 높아진 것도 방산 투자 기준 완화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유럽 방산업종 상장지수펀드(ETF) ‘STOXX 유럽 에어로스페이스&디펜스(EUAD)’는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52% 뛰었다. 진보당은 “국가 예산으로 F-35 전투기를 50대 넘게 사들인 노르웨이가 이를 제조한 록히드마틴에 대한 국부펀드 투자를 막는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3월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영국도 움직였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 3월 “지속가능성 관련 규정은 방산기업 투자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