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발리 바이브' 가득한 풀빌라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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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로컬 문화 스며들어있는 럭셔리 풀빌라 '바이스로이 발리'

막상 리조트에 도착하자 이런 걱정을 떠올릴 틈 없이 푹신한 침대에 파묻혔다. 꽤 먼 길을 떠나온 까닭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까지는 비행기로 7시간. ‘동남아’ 여행지 중에서 가장 장거리 비행에 속한다.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서도 차로 두 시간을 달려야 비로소 이번 여행의 목적지, 바이스로이 발리에 도착한다.

산 언저리에 자리 잡은 우붓은 예술과 명상의 도시다. 현지 예술가들의 공예품을 모아둔 소품숍과 갤러리, 요가원들이 길에 오밀조밀 자리잡고 있다. 길목마다 이웃하고 있는 사원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도 우붓의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로즈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발리로 향한다. 작품이 흥행하면서 발리 우붓은 자신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이 우붓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이스로이 발리다. 객실에서부터 현대적인 요소와 현지의 매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벽과 바닥은 모난 데 없이 마감된 대리석으로 반짝이다. 발리 전통 가옥의 건축법을 따른 지붕과 곳곳의 전통 문양, 원주민의 꾸밈 없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이국적이다.
이튿날, 이국적인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뜨자 비로소 이곳의 진가가 드러난다. 객실 한면을 채운 통창에 온통 초록빛이 가득하다. 리조트 맞은 편의 열대우림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이 풍경에 홀려 잠이 다 깨기도 전, 테라스의 프라이빗 풀로 풍덩 입수한다.

슬슬 객실 밖으로 산책을 나서본다. 이곳의 객실은 오직 44개. 시설 규모에 비해 객실이 적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이 프라이빗 풀을 갖춘 덕분인지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다른 손님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리조트를 산책하다 보면 작은 농장을 만날 수 있다. 온갖 허브와 채소, 토마토가 가득하다. 레몬 칠리, 하바네로 등 고추 종류만 해도 대여섯 가지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채소는 실제로 손님들의 식탁에 오른다. 리조트내 모든 레스토랑이 직접 재배한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

사실 바이스로이 발리의 럭셔리함을 완성하는 것은 미식이다. 올데이 레스토랑인 ‘캐스케이드’도 수준급의 요리를 선보이지만, 파인다이닝 ‘아페리티프’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급의 요리를 선보인다. 벨기에 출신 셰프 닉 판더비켄은 인도네시아 현지의 향신료와 식재료를 활용해 놀라운 미식의 여정을 펼쳐놓는다.



발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웰니스. 바이스로이 발리에서는 이른 아침마다 요가 클래스를 연다. 우붓에서 초빙해온 '요가 스승님'은 도사님을 연상케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다. 선생님은 서두르지 않지만, 끊임 없이 동작을 이어간다. 요가를 정적이고 느릿한 운동이라 생각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게 될 정도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참가자들을 살피는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숨을 쉬라’는 것. 무리해서 동작을 따라하는 것보다, 정성들여 호흡하며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 발리 요가의 핵심이란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다 보니, 비로소 우붓의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침 이슬을 머금어 조금은 축축하지만, 열대우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공기. 이것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우붓의 요가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바이스로이 발리는 2002년 같은 자리에 문을 열었다. 호주에서 날아온 마거릿 시로와트카와 가족들은 이제 거의 발리 사람이 다 됐다. 손님 입장에서 리조트 대표의 이름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리조트에서 머무는 동안 어렵지 않게 근사한 백발의 여성을 마주칠 수 있을 테니까. 그가 바로 마거릿이다.
그는 손님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메뉴는 무엇인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이과정에서 경청한 의견은 곧 서비스에 반영된다. 그의 살가운 태도는 바이스로이 발리 직원들에게서도 일맥상통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20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유대감이 바탕이 된다.
관광업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발리 섬 전체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졌을 때도, 170여 명이 넘는 직원을 단 한 명도 감축하지 않은 유일한 리조트가 바로 이곳이다. 서로를 직장 동료를 넘어 돈독한 가족이라 여기는 직원들의 마음은 손님에게 이어진다. 직원들과의 만남이 서비스를 넘어 보살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이유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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