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이마트에 화장품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이마트에 화장품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이마트 매장. 생활용품 코너 한가운데엔 ‘4950원’이라는 가격표를 단 화장품들이 일렬로 진열돼 있었다. 매대 가장 위쪽에도 약 20cm 크기의 큼지막한 가격표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옆 입간판에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제품을 들고 있는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매대에는 토너, 세럼, 크림 등 다양한 기초 제품들이 통일된 패키지에 담겨 있었다. 최근 이마트가 새롭게 출시한 초저가 화장품들이다.

이 매장 직원은 제품에 대해 “장 보러 온 주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라며 “일단은 가격이 저렴하니까 좋아하신다. 부담 없이 테스트해보기 좋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다이소 급성장하자 편의점·마트까지 나섰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용산아이파크몰 지하에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용산아이파크몰 지하에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최근 다이소를 중심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초저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편의점, 마트 등 유통업계가 잇따라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협력하여 초저가 기초 화장품 라인을 출시했으며 편의점 업계도 지난해 기초 제품 출시에 이어 최근 색조 화장품까지 내놓으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5000원 미만 초저가 화장품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모양새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이마트 매장에 화장품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이마트 매장에 화장품이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18일 이마트는 LG생활건강 뷰티 브랜드 비욘드의 신규 스킨케어 라인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를 론칭하고 신제품 8종을 각 4950원에 출시했다. 피부 탄력을 높여주는 성분과 피부 색조를 밝히는 성분을 담았다. 제품은 토너, 세럼, 크림, 클렌징폼, 멀티밤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출시 직후 판매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이마트에 따르면 출시 이후 5일간(4월 18일~22일) 스킨케어 제품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으며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제품 8종 모두 이마트 스킨케어 매출 상위 11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일부 점포에서는 아이 앰플, 세럼, 탄력광채 크림 등의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가성비 있는 가격에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 씨(30대)는 “아무래도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브랜드를 먼저 보게 되는데 LG생활건강 제품이라 신뢰가 간다”며 “평소 화장품은 온라인에서는 쿠팡, 오프라인에서는 다이소를 주로 이용했다. 근데 4950원이면 다이소보다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한 번 사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가성비’ 전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마트는 초저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값비싼 스타 모델 대신 AI 모델을 활용하고 제품 포장을 통일해 부자재 비용을 아끼는 등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더불어 대형 유통업체라는 강점을 내세워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마트가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비식품 분야에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으로 고객들을 끌어와야 하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식품뿐만 아니라 비식품 쪽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군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며 “최근 최저가 화장품 시장이 주목받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테스트를 해본 것”라고 밝혔다. 비식품류 매출 비중이 식품류보다 낮은 마트 특성상 비식품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초저가 화장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GS25는 지난 9일부터 강남동원점, DXLAB점 등 전국 주요 20개 점포에 뷰티 특화 매대를 설치해 테스트 판매를 진행 중이다. BGF리테일이 전개하는 편의점 CU 역시 지난해 9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협업해 세럼, 수분크림 등 기초 라인 화장품을 출시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이소가 뷰티 시장에 합류하면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제 편의점에서도 색조 화장품을 출시하며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뷰티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