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00명 만들자는 민주당…OECD랑 비교해보니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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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후
민주, 대법관 탄핵 및 증원 추진
100명으로 늘리자는 개정안도
韓 OECD 하위지만 G20선 상위
시스템 완전 달라 비교 어려워
부작용에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인건비, 부지 등 예산 확보도 無
민주, 대법관 탄핵 및 증원 추진
100명으로 늘리자는 개정안도
韓 OECD 하위지만 G20선 상위
시스템 완전 달라 비교 어려워
부작용에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인건비, 부지 등 예산 확보도 無

실제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대법관 수는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상위권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는 하위권에 해당했다. 경제적 위상이 비슷한 국가 중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유럽 국가가 다수 포진된 OECD에서는 다소 뒤처진 셈이다.
그간 대법관들의 과도한 업무량, 국민의 권리구제 등을 감안하면 필요한 논의라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지만, 이 후보의 판결 후 민주당 중심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법부의 제도 혁신 논의가 정치적인 다툼은 물론 정파와 사법부 간 갈등이 돼가는 모양새다.
◇ OECD 기준으론 하위, G20 기준으론 상위
17일 한경닷컴 분석 결과,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대법관 수는 0.27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G20 중에서는 6위로 상위 30%에 해당하고, OECD 가입국 중에서는 32위로 하위 30%에 해당한다. G20 국가 중 전제군주제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반적인 국가에서 통용되는 대법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 독일이나 프랑스 등처럼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유럽권은 부별 심리 중심으로 대법원이 운영되는 경향성이 있어 전원합의체 중심인 국내 체계와는 판 자체가 다르다.
◇ 업무량 과잉인 건 사실이지만
특히 문제는 시기다. 대법관 수 증원 필요성은 법조계 안팎에서 이전부터 나오던 터다. 이유는 대법관의 업무량 등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같은 이유로 관련 법을 내놓기도 했다.한국의 대법관 업무량이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1인당 연간 사건 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한국은 4000건 안팎이다. 한국과 그나마 체계가 비슷한 미국은 약 70건, 일본 약 2000건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직후 관련 논의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기대나 지지보다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보수층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해 이 후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층 온라인 커뮤니티서는 베네수엘라의 진보계 독재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대법관을 급증시킨 점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나왔다. 법조인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베네수엘라 독재자 차베스 대통령도 대법관을 늘린 후 새 대법관을 자신의 지지자로 채워 넣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헝가리 오르반, 터키 에르도안 등이 대법관 수 확대를 통해 사법부를 장악,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권력을 장기화시킨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 부작용에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 등이 예상한 것과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별 대법원 구조 차이 등을 거론하며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증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화'돼 재판 확정이 더더욱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대법관 증원이 사법부의 효율성과 국민적 효능감 증대를 위해서 충분한 합의가 이뤄진 후에야 추진된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말 증원의 필요성이 크다면, 증원 주체인 사법부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는 민주당을 필두로 이 후보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에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모두 증인으로 불렀으나 대법관 전원 불참해 갈등 양상이 커지고 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탄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여는 가운데, 이 후보의 파기환송 판결 논란과 관련해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담은 안건이 상정됐다.
◇ 전문위원이 본 5가지 맹점
민주당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검토한 김성완 법사위 전문위원은 "개정안과 같이 대법관의 수를 증원한다면, 대법관의 재판업무부담 경감 및 국민의 권리구제 또는 재판청구권 보장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대법관이 임용될 가능성이 높아져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여러 우려를 제기했다.그는 현재 민주당 논의에 대해 △전원합의체 운영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점 △상고심 재판에 대한 기대를 증가시켜 사건 수를 더 증가시키는 연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점 △대법관을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등 현행법 체제 내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는 점 등을 문제로 거론했다.
또 △대법관 증원은 상고허가제 도입, 상고심사제 도입,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상고법원 설치 등 각종 상고제도 개선 방안과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는 점 △특히 개정안과 같이 대법관을 100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경우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인건비, 청사 확보와 전원합의체 운영방식 등 조직의 정비를 위해 예산 및 기반의 확보가 선행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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