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후보 배우자 토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의정부시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그런 식으로 장난치듯이 이벤트화해선 안 된다"며 "(배우자가 없는) 이준석 후보는 어떻게 하나. 그것이 그 당의 문제다. 즉흥적이고, 무책임하고, 대책 없고,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했다.

이 후보는 특히 배우자 토론을 제안한 김 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비판했던 것을 겨냥해 "그분이 '120원짜리를 8천원 비싸게 팔고 있다'고 내가 말했다고 조작한 그 분이냐"며 "그거 처벌받아야 한다. 그럼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 등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 등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 배우자 간 TV 생중계 토론을 전격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인데, 영부인은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통합보다 분열을 안겨드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여성과 아동,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철학은 물론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자 견해를 국민 앞에 진솔하게 나눠달라"며 "이 토론은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도화하는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일제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통령 후보 배우자 토론을 하자고 하는데, 계엄령 주장만큼이나 황당한 이야기"라며 "공직자도 아닌 사람을 TV 앞에 세워 정치쇼를 벌이자는 발상이 제정신인가. 아니면 김건희의 수렴청정 의혹을 이제 와서 공식적으로 인정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배우자 토론 같은 헛소리 할 시간에 후보 본인 검증과 정책 경쟁에나 집중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최민희 의원은 "배우자 토론? 김용태씨, 한 가지 알려준다.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김문수 두 분"이라며 "앞으로 V1, V2라는 말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김건희 치마폭에 빠져 있을 거냐"고 반문했다. 백혜련 의원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지, 배우자를 선출하나. 배우자가 권력기관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의 반증이 아닌가 싶다"며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노종면 의원은 "김건희를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구나"라며 "후보로 안 되는 게 뻔한데, 후보 교체 시즌2 부담이라 배우자로 사실상의 교체를 타진하는구나. 엉뚱하고 기괴하다"고 했다. 이소영 의원은 "이준석 후보는 어머님이 대신 나가셔야 하는 거냐. 이런 발상 자체가 미혼자 차별이라는 생각을 못 하나 보다. 청년이면 좀 참신하게 하자. 뭐 이런 구태스런 생각을 하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