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권자 34% 급증 일본…"국힘 심판" vs "민주당 못믿어"
“한·일 관계 중요성을 생각하는 후보를 뽑았습니다.”

20일 일본 도쿄 주일한국대사관 재외투표소. 이날 오전 8시부터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선거 재외투표 유권자는 총 25만8254명. 20대 대선과 비교하면 14.2%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5만1885명), 일본(3만8600명), 중국(2만5154명) 순이다.

일본에선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이 지난 대선 때보다 크게 높아졌다. 20대 대선 때 유권자(2만8816명) 대비 34.0%(9784명) 급증했다. 전체 재외투표 유권자 증가율(14.2%)의 두 배 이상이다. 한 유권자는 “그동안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느냐”며 “투표 의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대선 때 일본에서 투표율은 65.4%였다. 다만 이는 재외투표 신고·신청인 중 투표자 비율이다. 작년 6월 기준 일본에서 선거권을 가진 사람은 총 41만1043명이다. 이번 선거 등록인이 3만86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는 전체의 10%에 못 미친다. 투표소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엔 일본 전역에 19곳 마련됐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한 유권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탓에 대선이 2년이나 당겨졌다”며 “국민의힘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며 “오랜 기간 반일 감정을 부추겼던 더불어민주당은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희 주일대사는 이날 투표 뒤 "한국의 장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투표이기 때문에 재외국민들도 적극 참여해 많은 투표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투표) 등록한 분들이 전부 투표하셔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잘 가도록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번 대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한국 대선은 사실상 양대 정당 대결로 여론조사에서는 야당(민주당)에 의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다”며 “김문수 후보의 반격에는 보수 진영 재정비와 지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이 일본에 끼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한국에서 어떤 지도자가 탄생하는가는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북한 핵·미사일 개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 등 공통 과제가 있는 한·일 협력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일은 공통 현안을 안고 있어 한국이 흔들리면 지역 안전보장·경제 협력도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