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자회사 글로벌X 임직원들이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자회사 글로벌X 임직원들이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운용자산 390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해외 진출 22년 만에 이룬 성과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외 운용자산(AUM) 규모가 약 390조원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중 약 40%인 180조원이 해외에서 운용된다. 국내 운용사 중 해외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굴리는 건 미래에셋운용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운용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금융 기업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컸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2년 만에 미래에셋운용은 미국은 물론 베트남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영국 인도 등 16개 지역에서 390조원을 운용하는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났다.

◇차별화 상품 앞세워 경쟁력 높여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시장 선도"…글로벌 운용자산 390조 돌파
미래에셋운용의 글로벌 사업을 견인하는 건 상장지수펀드(ETF)다. ‘TIGER’와 ‘글로벌X(GlobalX)’ 브랜드를 보유한 미래에셋운용이 운용 중인 ETF의 AUM은 국내외를 통틀어 212조원에 달한다. 국내 ETF 시장 전체보다 큰 규모다.

미래에셋운용이 세계 12위 운용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킬러 프로덕트’로 불리는 차별화 상품이 있다. ‘기존에 없던, 시장에 혁신을 불러올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박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올 상반기 미국에 출시되는 인공지능(AI) 기반 상품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의 미국 ETF 운용 자회사 글로벌X와 미국 AI 법인 웰스스팟이 협력해 개발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운용의 각 해외법인도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한국 ETF 시장에서 TIGER ETF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상품들을 선보이며 성장했다”며 “모든 계열사가 미국과 중국 등 경쟁력 있는 시장에 집중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현지 투자자가 글로벌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자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거래 비용이 저렴한 ETF의 장점을 살려 실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세계 최대 ETF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과 뱅가드도 최근 보수를 낮춰 투자자 혜택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우량자산을 발굴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로 연금 시장 선도

미래에셋운용이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퇴직연금이다. 국내 종합 자산운용사 최초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엠-로보’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엠-로보는 투자자 연령, 성향, 목표 수익률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화 포트폴리오를 자동 설계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동적으로 리밸런싱하는 AI 기반 연금 관리 솔루션이다. 단순히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 운용 결정을 자동화해 연금 계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 대부분이 직접 운용하는 데 부담을 느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간접투자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출시한 상품이다. 중간 수준의 투자 관심도를 가진 ‘중관여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자동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인다. 단순 자산 배분을 넘어 인출 전략, 수익률 최적화, 위험관리까지 포괄하는 통합 연금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미래에셋운용은 엠-로보를 활용해 AI 기반 맞춤형 연금 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엠-로보는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리스크 성향, 은퇴 시점, 시장 흐름 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자동 리밸런싱 기능을 통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모바일 기반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기존 수수료 구조 대비 비용 효율성을 제고해 연금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퇴직연금 선진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미국은 개인형퇴직연금(DC형·IRA 등) 시장 규모가 29조4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5%가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의 혁신은 적립금 규모 경쟁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률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며 “엠-로보는 미래에셋의 AI 기술력과 운용 철학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누구나 손쉽고 체계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연금 2.0 시대’ 대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