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I혁명은 단 두 대의 GPU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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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기료처럼 클라우드 할인
딥러닝 혁명 같은 혁신 유도해야
김인엽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딥러닝 혁명 같은 혁신 유도해야
김인엽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취재수첩] AI혁명은 단 두 대의 GPU에서 시작했다](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1.40544053.1.jpg)
최근 서울 주요 대학 공대 교수에게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냐”고 묻자 내놓은 말이다. 대선 주자들이 언급한 ‘AI 100조원 투자’ ‘AI 인재 20만 명 양성’ 같은 거대 담론과는 거리가 먼 대답이었다.
그는 “AI 연구를 위한 대학의 자체 컴퓨팅 파워가 부족해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에 구독료를 내고 있는데, 연구진 입장에서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GPU 확보를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성균관대는 2022년 엔비디아 A100 GPU 40개를 갖춘 슈퍼컴퓨팅센터를 구축했다. 고사양 GPU인 엔비디아 H100 2대를 보유한 고려대는 10년간 300억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당수 중소 대학과 지방대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AWS(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 외국계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그간 외국 클라우드 서버에 쓴 돈을 모았으면 고성능 GPU 하나는 가뿐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각국은 분초를 다투며 AI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GPU 1만 개를 확보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학계는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일종의 ‘클라우드 팜’을 만들어 대학에 할당하면 소모적인 대학 간 GPU 확보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업용 전기료를 할인해 주듯 연구용 클라우드 이용료를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일선 연구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대학이 연구개발(R&D)에 사용한 클라우드 이용비의 일부를 연구지원비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만하다.
역사를 볼 때 대학은 늘 혁신의 시작점이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2012년 조교인 일리야 수츠케버, 알렉스 크리제브스키와 함께 컴퓨터 시각 정보 인식 능력을 경쟁하는 ‘이미지넷 대회’에서 압도적 성적으로 우승했다. 딥러닝의 힘을 세상에 알린 사건이었다. 이때 힌턴 교수팀이 사용한 것이 엔비디아의 GPU인 GTX 580 2대였다. 토론토대가 한국처럼 변변한 GPU를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 지금의 AI 혁명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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