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리대금'에 돈 대줘도 문제 없다는 산업은행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이 프랜차이즈에 대부업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진짜 고객은 사실 매장을 찾는 일반 손님이 아니라 가맹점주다. 명륜당이 이들을 상대로 로열티를 받고 필수 구매 품목을 강매하는 수준을 넘어 고리대금 장사까지 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런 사업 모델이 가능하도록 후방 지원했다는 점이다.

물론 명륜당이 대부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산은에서 돈을 빌린 건 아니다. 산은은 대출 심사 때 자금 사용 목적을 살펴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산은 관계자는 명륜당이 국책은행 자금으로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에 “자신들이 빌려준 자금은 대부업체에 흘러가지 않고 명륜당 본업에 사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명륜당은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837억원)보다 많은 882억원을 명륜당 주주가 실소유주인 대부업체에 빌려줬다. 회사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대여금이 아니다 보니 본업에 투입할 자금이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명륜당이 산은을 찾아가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명목으로 690억원을 빌린 배경이다.

명륜당은 소상공인을 상대로 연 10%대 중반 금리로 고리대금 장사를 하는데 회사 자금을 다 쓰고 운영자금이 없다며 산은을 찾아가 연 3~4%대 저리로 자금을 융통한 셈이다. 더군다나 이런 금리 차이로 벌어들인 마진은 명륜당 오너가 소유한 대부업체를 통해 결국 오너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산은이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공적 자금으로 대부업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오너 개인 회사가 수익을 가져가도록 도운 셈이다.

산은은 지난해 지점에서 단행한 명륜당 대출에 대해 뒷말이 나오자 본점 차원에서 감사를 했다. 하지만 감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산은이 명륜당에 운영자금을 지원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륜당이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으로 눈속임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볼 수 있는 명륜당 감사보고서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산업은행법 1조를 보면 산은은 금융산업 및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문제없다”는 식의 소극 행정으로 산은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은커녕 소상공인을 사금융 늪으로 유인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