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겨우 26일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거의 매일 새로운 공약을 발표하는데, 지지율에서 뒤처진 국민의힘은 오히려 ‘공약 실종’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당 차원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약속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후보 단일화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임기 단축과 개헌을 대선 출사표 삼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는 어제 부총리급 ‘AI(인공지능)혁신전략부’ 신설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이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해 그나마 몇 개 되지 않는 공약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 후보가 어제 만나 ‘단일화 담판’의 첫발을 뗐지만 75분간 회동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후보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단일화를 위한 시간도 나흘이 채 남지 않았다.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진작부터 공약을 가다듬어 온 민주당과 달리 보수 진영의 두 후보 모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한 한 후보나,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김 후보 입장에서는 차분히 대선 공약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등을 포함한 ‘대선공약기획단’을 가동해 한 달간 10대 핵심 공약을 준비했지만 아직 김 후보가 제대로 들여다본 것 같지도 않다.

관건은 결국 단일화다. 이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걷어내야 기존 공약을 재점검하면서 새로운 공약을 기획·발굴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관세전쟁, 수출 경쟁력 회복, 안보 강화, 정년 연장, 세금 감면 등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 많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하겠다’ ‘어떻게 변하겠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투표일을 맞을 수도 있다. 보수진영의 큰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