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차 대선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왼쪽)·한동훈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최종 후보는 다음달 3일 결정된다.  강은구 기자
국민의힘 3차 대선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왼쪽)·한동훈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최종 후보는 다음달 3일 결정된다. 강은구 기자
국민의힘 대선 최종 경선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가나다순) 진출했다. 다음달 3일 전당대회에서 이들 중 최종 대선 후보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 반영한 2차 경선 결과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함께 경선을 치른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 27~28일 실시한 당원 투표에 76만5773명 중 39만4명(50.93%)이 참여했고, 국민 여론조사는 6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를 합산한 결과 네 명의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위 후보가 최종 경선을 치르게 됐다.

두 후보가 살아남으면서 반탄(탄핵 반대파) 대 찬탄(탄핵 찬성파) 대결 구도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30일 양자 토론회를 연 뒤 다음달 1~2일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 3차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가릴 계획이다. 다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논의가 변수로 남아 있다.

한덕수 지지율 더 오르지 않으면…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최종 후보가 29일 김문수·한동훈(가나다순) 후보로 압축돼 보수 진영은 찬탄(탄핵 찬성파) 대 반탄(탄핵 반대파) 1대 1 구도로 최종 후보를 가리게 됐다. 특히 반탄파 중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아니라 김 후보가 살아남은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희망하는 ‘당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네 명 중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계엄·탄핵 공방 더 거세질 듯

두 후보가 이날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은 보수 진영이 여전히 찬탄 대 반탄 구도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는 네 명의 경선 후보 중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 왔다. 반면 한 후보는 자신이 계엄을 막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심(尹心)과 거리를 둬 왔다. 이에 따라 찬탄파 표심은 한 후보에게 집중되고, 반탄파 표심은 김 후보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경선 초기부터 가장 폭넓게 열어뒀다는 점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같은 반탄파인 홍 후보는 경선 초기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김 후보는 일찍부터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내세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후보는 계엄 사태 이후부터 보수적 흐름을 쭉 대변해 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심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열망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최종 경선에서는 탄핵 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또다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후보 측은 이날 경선 탈락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후보의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후보를 향해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다는 ‘배신자 프레임’을 더욱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한 후보 측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하기 위해 결국 탄핵에 찬성한 한 후보로 민심이 모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한 후보는 김 후보가 비상계엄 당시 내각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며 ‘구태 대 쇄신’ 구도를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단일화, 최대 쟁점으로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도 관전 포인트다. 한 권한대행은 이르면 30일,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려면 5월 11일까지 입당해야 한다. 이미 상당수 당원이 한 권한대행과의 ‘빅텐트’를 상수로 둔 만큼 단일화는 피하기 힘든 이벤트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다수 의원의 마음은 한 권한대행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 구도를 어떻게 만들지에 가 있다”며 “국민의힘 경선 자체가 단일화를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종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단일화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 후보는 앞서 양자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으로 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 김 후보 캠프에선 무제한 토론을 통한 ‘콘클라베’식 단일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여러 방향으로 힘을 모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단일화를 거론하는 데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은 ‘당 대통령 후보자는 대통령 선거일까지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종 대선 후보가 되면 사실상 전권을 가지는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꺾이는 흐름이 나타나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정상원/박주연/하지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