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때만큼 책 읽기 좋은 시간도 없다. 이번 여행에는 어떤 책을 가지고 갈까 뒤적이는 사람들을 위해 골랐다. 책의 길을 찾아주는 인플루언서들의 눈에 띈 책들이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4월 최고의 책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하는 '파이아키아' 애정도 역시 높다. 7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채널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차분한 설명과 핵심 요약, 글의 행간을 이해하는 그만의 시각으로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즐겁게 해준다.

4월 최고의 책으로 꼽은 것은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다. 넛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책이다. 미국에서 논문 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법학자로 알려져 있고 지난 15년 동안 행동경제학의 선두에 서 있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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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대로 유명세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왜 다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비슷하게 노래도 잘 부르는데 누구는 유명인이 되고 누구는 아무도 찾지 않는지 의문을 품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차치하더라도 마케터나 기업 CEO 등 자본주의의 교환 가치 경쟁 속에 왜 저것은 되고 내 것은 안 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인사이트를 더해준다.

그렇다면 유명세는 과연 노력이나 재능에 의한 것일까? 저자는 유명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멱법칙, 정보 폭포와 평판 폭포, 네트워크 효과, 집단 양극화 같은 최신 연구를 파헤쳤다. 그리고 명성의 비결은 타고난 재능과 노력, 끈기, 창의성보다 수많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시대, 재산, 성별, 인종, 후원자 같은 우연한 요소들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파이아키아 방송을 보고 난 뒤 책을 접하면 좀 더 이해가 쉽다. 책 읽는 동안 이동진 평론가의 설명이 오버랩되며 책 속 내용이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 속 한 줄
이 책의 한 가지 목표는 행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를 오로지 개인의 내적 자질에서 찾으려는 실수를 우리가 종종 범하기 때문이다.
언더스탠딩 서울대 이승훈 교수 편
무지의 역사
언더스탠딩  이승훈 교수 편
언더스탠딩 이승훈 교수 편
해당 편 오디오 제목부터 끌렸다. '모른다는 걸 모르는 자가 가장 위험합니다'. 지난해 발간된 책인데 최근 유명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서 서울대 뇌신경학과 이승훈 교수가 무지의 역사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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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 지성이라는 찬사를 받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종신 교수 피터 버크의 책으로 지식의 놀라운 발전에도 왜 무지는 사라지지 않는지 서술하고 있다. 심오한 주제를 다양한 사례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지적 호기심 높은 독서가라면 책 속 위트와 깊이감에 읽는 내내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질 것이다.

서점가 베스트셀러의 위로나 불안, 힐링 키워드에 지쳐 내용 그 자체로 생각과 안목의 고양을 바라는 이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책 속 한 줄
전염병학자들은 다양한 질병이 야생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전이될 위험성을 발견하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예측했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는 이 예측을 몰랐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무방비 상태로 전염병에 직면하고 말았다.
안유화 교수의 시대인 통신 추천
테크노퓨달리즘


중국통으로 불리는 안유화 교수가 운영하는 투자 독서 클럽이 추천한 책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기기가 아무리 잘 나가도 어느 날 갑자기 구글이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대목을 설명하며 일독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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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퓨달리즘이란 기술봉건주의를 일컫는 말로 책은 '클라우드와 알고리즘을 앞세운 새로운 지배 계급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디지털 플랫폼과 클라우드 사용료의 지배력으로 빅테크가 탄생하고 이 새로운 지배 계급을 위해 사람들은 공짜 노동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책 설명을 읽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중 블랙 미러 시즌 7의 '보통 사람들'이 떠올랐다. 뇌 손상으로 뇌 기능을 구독하게 된 아만다의 이야기다. 수업 중에도 부부 관계 중에도 저렴한 구독료의 대가로 광고 문구를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상황은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저자는 전 그리스 재무부 장관이자 진보 경제학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다. 책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전개된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개념적 자본주의가 현실의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덕분에 이해가 쉽다. 1975년 어느 저녁 아버지가 들어와 30드라크(그리스 화폐)로 미국 돈 1달러를 살 수 없다며 놀라는 장면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현장이다.

가볍게 한번 어떤 책인지 보려고 전자책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내용의 깊이와 몰입감 때문에 종이책을 사고 싶어질 정도다. 읽다보면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 아마존의 주식을 사야겠다는 1차원적 생각과 더불어 미래에 클라우드 농노 신세를 면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 책 속 한 줄
클라우드 자본은 우리의 관심을 묶어놓고, 욕망을 만들어내며, 클라우드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을 채찍질하며, 클라우드 농노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공짜 노동을 뽑아냈죠.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