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었던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폐기하기 위해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서 규제 역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올인' GM의 변심…"내연차 판매 금지법 없애달라"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은 최근 사무직 임직원 수천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방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 폐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 측은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 배출가스 기준은 소비자 선택권과 차량 구매력을 약화시켜 우리 사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시간주 등 일부 연방 의원 사무실은 최근 GM 직원들에게 해당 안건과 관련해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GM이 정치권 로비를 통해 폐기하고자 하는 정책은 캘리포니아주가 2022년 설정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신차 판매량 중 무공해 차량 비율을 2026년 35%에서 2030년 68%로 확대하고 2035년에는 100%로 높이는 규제를 법제화했다. 이후 뉴욕, 매사추세츠 등 11개 주가 캘리포니아주 정책에 뒤따라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 공기 오염 문제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전국 차원에서 일괄 규제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고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GM도 이에 맞춰 2035년까지 휘발유 차량 대부분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자체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며 GM은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WSJ는 “3년 전만 해도 미국 자동차 제조 업체는 전기차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며 “전기차에 ‘올인’했던 GM이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뒤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캘리포니아주조차 무공해 차량은 전체 신차의 20%에 불과하다. 2026년 목표(3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30만 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만 하더라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49% 급증했다.

미국 연방 하원은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의 예외 인정 지위를 취소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공화당 외에 민주당 소속 의원 35명이 찬성할 정도로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 연방 상원도 이르면 이번주 공화당 주도로 같은 내용의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법안을 주도한 존 버라소 공화당 의원(와이오밍)은 “미국의 모든 휘발유 차를 제거하려는 노력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며 대부분 가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전력망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경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