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현장 유세에 나선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현장 유세에 나선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신변 위협이 계속되면서,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 1미터(m)가 넘는 '방탄 유리막'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대선 유세 현장에 방탄 유리막이 등장한 것은 약 40년 만에 있는 일이다.

◇ "방탄 유리막도 부족" 지지자들 발 동동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 유세 현장. /영상=이민형 기자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 유세 현장. /영상=이민형 기자
19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 유동 인구가 많은 역사에서 선거 유세가 진행된 이날 현장에선 경호 강화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주문 제작한 방탄 유리막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 설치된 방탄 유리막은 총 3개로, 사람의 전신을 가릴 수 있는 대형 방탄 유리막 1개와 상체 높이의 중형 방탄 유리막 2개였다. 대형 유리막은 이 후보 기준 오른쪽이자 고층 빌딩이 밀집한 도로변에 설치됐고, 중형 유리막 2개는 반대편인 용산역사 방향에 배치됐다. 해당 방탄 유리막은 이동식으로 제작돼 이 후보가 가는 유세 현장마다 설치될 예정이다.

이 후보 지지자라는 이지연(44)씨는 "저렇게 작은 걸로 안도감이 들진 않는다. 여기 장소가 넓지 않냐"며 "사각지대가 너무 잘 보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당원이라는 A씨도 광장 너머 고층 빌딩을 가리키며 "저기 창문 열려있는 건물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는데 수상하다"며 "지방은 좁고 고층 빌딩도 없지만, 서울은 고층 빌딩이 많아서 후보님이 공격당하실까 봐 너무 걱정이다"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반면 인근 직장인이라는 B씨는 "총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에서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다른 후보들은 오히려 현장에서 시민들과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비교되는 구석도 있다"고 짚었다.

이 후보에 대한 보안이 강화되는 만큼 선거운동원에 대한 보호 조치도 함께 마련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왔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임성배 부산 북구의회 의원은 거리에서 유세하던 지난 16일 한 70대 남성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후보님 지켜라"…지지자들 풍선·반사판 들고 등장

19일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저격수 방해 용도로 반사판을 들고 있는 모습(왼쪽)과 이 후보 지지 단체인 '잼잼자원봉사단'이 테러 방지용 풍선을 판매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19일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저격수 방해 용도로 반사판을 들고 있는 모습(왼쪽)과 이 후보 지지 단체인 '잼잼자원봉사단'이 테러 방지용 풍선을 판매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이날 오후 1시 38분께 경찰특공대는 폭발물 탐지견을 대동해 광장 무대와 주변 차량에서 위험물을 탐색했다. 광장 인근에는 30층이 넘는 고층 빌딩 7개가 밀집해있는 만큼 이날 만난 이 후보 경호 관계자는 "인근 빌딩에 특공대를 비롯한 경호 인력이 배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도 테러 위협으로부터 후보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사판을 높이 들고 있던 박기옥(55) 씨는 "조금이라도 후보님께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반사판이 저격수 방해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고나왔다"고 말했다. 광장 한쪽 면에서는 이 후보 지지단체인 '잼잼자원봉사단'이 풍선을 판매 중이었는데 이 또한 저격수의 조준을 방해하기 위한 일종의 교란 작전용이다.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 현장에서 폭발물 탐지견이 무대에서 위험물을 탐색하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 현장에서 폭발물 탐지견이 무대에서 위험물을 탐색하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2시 30분께 파란색 선거 운동 점퍼를 입고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방탄 유리막 사이에 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는데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에 군대를 보냈다"며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일으킨 정권 때문에 나라 안보도 망가지고 경제도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이어진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는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 망원경을 통해 사주를 살피는 경찰특공대원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 후보의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경호 인력은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예의주시하며 경계를 이어갔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가 이어진 가운데 이 후보 경호 인력이 망원경으로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왼쪽)과 경찰특공대가 인근 건물 옥상에서 사주를 경계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가 이어진 가운데 이 후보 경호 인력이 망원경으로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왼쪽)과 경찰특공대가 인근 건물 옥상에서 사주를 경계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앞서 민주당은 이 후보를 겨냥한 신변 위협 제보가 잇따르면서 방탄 유리막 도입을 결정했다. 강훈신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지난 16일 여의도 민주당사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고 악수도 하고 싶어 하지만 여러 제보나 상황, 지지자들의 우려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후보와 캠프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 신변 협박 관련 온라인 게시물 9건 중 8건이 이 후보에 대한 글이다. 민주당 선대위에서도 최근까지 이 후보 살해 협박 온라인 글 240건과 총기류 밀반입 제보가 추가로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가 총격당한 후 유세장에 방탄유리가 등장했다.
1987년 노태우 유세 현장 사진(출처 = MBC)
1987년 노태우 유세 현장 사진(출처 = MBC)
국내에서는 1987년 13대 대선 광주 유세에서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가 방탄유리 속에서 연설을 진행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