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알뜰폰 개통'해 돈 빼간다…스미싱 악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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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갑자기 '먹통' 후 계좌서 1000만원 이체
스미싱 메시지 속 URL 접속하면 악성 앱 설치
단순한 비대면 개통 과정이 스미싱 범죄 악용
"얼굴 인식 등 본인인증 고도화로 범죄 예방해야"
스미싱 메시지 속 URL 접속하면 악성 앱 설치
단순한 비대면 개통 과정이 스미싱 범죄 악용
"얼굴 인식 등 본인인증 고도화로 범죄 예방해야"

60대 A씨는 자신이 겪었던 무단 알뜰폰 개통 사고를 언급하며 이 같이 털어놨다. A씨는 지난 3월10일 사용 중이던 KT 핸드폰이 갑자기 계약 해지됐다. 곧이어 본인 명의로 LG유플러스 알뜰폰이 새로 개통됐다. A씨는 이튿날 아들과 함께 대리점을 방문하고서야 알뜰폰이 무단 개통된 정황을 알았다고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피싱 사기로 인한 알뜰폰 무단 개통 사고가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산하기구인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 조정 사건을 보면 스미싱 피해는 전년 동기 대비 30건 늘어나 총 34건을 기록했다. 스미싱 피해는 보통 가족이나 지인, 공공기관을 사칭한 문자메시지 속 링크(URL)를 통해 일어난다.
A씨도 조카 결혼 청첩장 메시지의 URL을 누른 게 화근이었다. A씨는 조카가 결혼한다는 메시지를 보고 모바일 청첩장으로 착각해 메시지 속 링크를 눌렀지만 공란이었다. 못 보던 애플리케이션(앱)이 새로 설치되지도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A씨의 휴대폰은 갑자기 먹통이 됐고, 약 20분 뒤 A씨 통장에서 500만원씩 모르는 사람에게 각각 이체됐다. 총 1000만원을 잃었지만 A씨는 먹통이 된 휴대폰을 초기화하느라 돈이 빠져나갔는지도 미처 몰랐다.
이는 지난달 28일 있었던 SK텔레콤 가입자의 알뜰폰 무단 개통 사례와 유사하다. 해당 가입자 B씨는 사용하던 SK텔레콤 휴대폰이 갑자기 먹통이 돼 대리점을 찾았다가 본인 명의로 KT 알뜰폰이 새로 개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알뜰폰 개통 이후 B씨의 계좌에서도 현금 5000만원이 1000만원씩 다섯 차례에 걸쳐 모르는 사람에게 이체됐었다.
업계 안팎에선 알뜰폰 개통 과정에서 본인인증 확인 절차가 느슨하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높다. 알뜰폰 개통은 통상 비대면으로 개통된다. 비대면 신분증 스캔으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지만 스미싱 URL에 접속하면 휴대폰 속 정보가 유출돼 신분증 확인 절차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통화로 본인을 확인하는 '해피콜' 절차를 2023년 추가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AI) 상담사 서비스도 시작했다.
다만 해피콜 인증 절차도 단순하다는 점이 문제다. 통화 시간이 20초 내로 끝나고 질문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등 이미 유출된 정보를 통해 충분히 본인인증 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 지난 2월 알뜰폰으로 개통한 직장인 여성 이모 씨(27)는 "AI(인공지능) 상담사가 1~2개 정도 질문했다.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는 식이었다"고 귀띔했다.
단순한 개통 절차가 장점인 알뜰폰 상품이 스미싱 범죄에선 취약점을 노출한 것이다. 아직 해피콜을 도입하지 않은 알뜰폰 상품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비대면 개통도 같은 절차를 거친다. 알뜰폰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통3사의 경우 비대면 개통에 PASS, 네이버, 신용카드, 범용공인인증서 등을 본인인증에 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뜰폰의 강점은 유지하되 본인인증 확인 절차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스미싱 범죄는 URL을 한번 누르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디지털 취약계층도 있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인증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게 좋다. 얼굴 인식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스미싱 범죄 예방률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얼굴 인식 본인인증은 빠르면 올해 말에 추가될 전망이다. 하창직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사무국장은 "개통 과정에서 얼굴 인식 인증 절차를 연내 추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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