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뉴스1
사진=연합뉴스·뉴스1
정보기술(IT) 대기업 가 통신업계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규 기업 메시지 상품인 '브랜드 메시지'를 정식 출시하며 기업메시징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통신업계에선 스팸 증가와 함께 카카오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5일 '브랜드 메시지'를 출시해 기업이 카카오톡으로 이용자에게 홍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광고상품을 출시했다. 그간 카카오톡 이용자가 '채널 추가'를 해야만 기업이 광고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었지만, 이젠 이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홍보 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이용자는 '기업 마케팅 수신 약관'에 동의했을 경우 별도 동의 절차 없이도 카카오톡을 통해 기업 광고 메시지를 받게 된다. 현재 '브랜드 메시지'를 위한 수신 약관 동의는 기업별로 따로 받고 있진 않는다. 가령 이용자가 과거 특정 브랜드의 문자·이메일 등 광고 정보 수신 동의를 했다면 해당 브랜드 광고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도 받게 되는 식이다.

카카오톡 기업 메시지는 통신 업계의 차세대 문자 메시지 서비스인 RCS와 유사하다. 두 서비스 모두 링크(URL), 이미지 등 여러 정보를 담을 수 있는데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관련 시장에서 카카오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RCS는 통신업계 메시지 사업의 '최후의 보루' 격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정의한 국제 표준 메시지 규격으로 카카오톡, 와츠앱 등이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자 글로벌 통신사들이 대항마로 내놓은 서비스다.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2012년 RCS를 적용한 '조인'을 선보였지만 소비자 반응을 얻지 못해 2016년 사업을 정리했다. RCS의 B2C 사업이 실패하자 이통3사는 B2B 서비스로 RCS 사업을 확장해 카카오톡 '채널' 서비스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통3사의 연간 매출액을 역산해 추정한 기업메시징 시장 규모는 약 1조원대다.

하지만 카카오가 기업 메시징 사업에 진출하며 역설적으로 카카오톡 대항마였던 RCS가 또다시 카카오톡에 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인 것. 카카오는 RCS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저렴한 단가 등으로 공격적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좀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광고를 선택해야 하는데 카카오톡이 문자보다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케파(생산역량)가 크다 보니 기업메시징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카카오로 넘어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업 메시지를 발송하는 통신업계와 문자 중계자, 문자 재판매사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 메시지 사업은 통신사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인프라를 문자 중계자, 문자 재판매사 등 중간 판매사에 제공하면 이들이 문자를 구성하고 상품을 파는 구조로 이뤄진다. 카카오톡의 기업 메시지의 경우 카카오가 통신사 역할부터 중간 판매사 역할까지 모두 수행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메시징이 창출하는 매출 비중이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며 "카카오톡이 나오면서 B2C 문자메시지 사업이 죽었던 것처럼 B2B 기업 메시징 분야도 카카오에 잠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기업메시징 사업 영향력을 키울 경우 기존 사업자들과 달리 스팸 메시지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메시징이란 서비스 본질은 같아도 카카오톡과 문자의 프로토콜이 달라서다. 문자 사업자의 경우 특수 유형의 전기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통위로부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규제를 받는다. 반면 카카오톡의 경우 인터넷 프로토콜인 HTTP 기반의 통신서비스로 분류돼 방통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표적 유형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 여부다. 문자 메시지 기반 기업용 메시지는 수신자가 정부 기관에 스팸을 신고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은 아직 정부 기관으로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따라서 정확한 스팸 유통이나 피해 현황 자체를 집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이통3사는 정기적으로 스팸 유통 현황과 스팸 신고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카카오는 스팸 메시지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과 카카오톡 채널 운영 정책을 충실히 준수한 기업만 브랜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스팸 전송 현황을 계속해서 살피며 스팸을 보낸 게 확인된 즉시 제재할 예정"이라며 "스팸과 관련해 정부 당국과 계속해서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KISA에 카카오톡 스팸 신고가 자동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카카오가 스팸을 신고하면 KISA로 간편하게 자동으로 신고돼 (이통3사와) 똑같이 하는 것을 요청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