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은 이후 민주당은 해당 조항의 삭제를 추진해 왔다. 그런 민주당이 같은 혐의로 상대 진영과 정치 유튜버를 줄줄이 고발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법원이 재판을 미룬 이후 이 후보의 ‘선거 전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자 태세전환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 법률지원단은 최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박 의원은 이 후보의 다급한 신변 보호 대책을 재판 지연 꼼수로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이재명 당시 예비후보 캠프가 ‘후보에 대한 피습 모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대인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지하자 자신의 SNS에 “파기환송심 기일 통지서 수령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런 꼼수까지 쓰는 작자가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 망신”이라고 썼다.

지원단은 민주당 전 권리당원인 유튜버 백광현 씨도 허위 사실 공표 및 후보자비방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백 씨가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교묘히 편집한 영상을 게재해 이 후보를 음해했다”고 했다. 백 씨가 지상파 채널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영상을 교묘히 편집해 마치 이 후보가 주변인들로부터 ‘악인이다’, ‘악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 지원단의 입장이다.

지원단은 지난 8일엔 한덕수 전 총리를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3일 한 전 총리가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해 논란이 되자 “이 후보도 2014년 페이스북 게시글에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썼다”고 반박했는데, 이를 이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파기환송 결정을 받자 아예 해당 조문을 손보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다. 현행 선거법 250조 1항은 후보자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도록 하는데, 이 허위 사실의 대상 중 ‘행위’를 삭제하자는 것이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표로 발의한 이 법안을 민주당은 닷새만인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행위’라는 표현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법 해석이나 집행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이 후보에게 적용됐을 땐 "조문이 모호하다"며 법을 뜯어고치려 했던 민주당이 이제는 같은 조항으로 상대편을 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아직 허위사실공표죄는 선거법상 그대로 있다”고 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당선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와 낙선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는 차이가 있다"며 "백 씨는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도 문제된다"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