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전기 부족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연구를 못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서울대가 쓴 전기는 23만5420㎿h로 역대 최대다. 전기가 많이 필요한 AI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필요한 설비를 모두 가동하는 게 불가능해 연구실별 ‘전기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전력도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할 전기가 부족한 데다 추가 공급을 위한 법적 절차도 까다로워서다. 주요 대학이 10㎿ 이상의 전력을 추가로 공급받으려면 계통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기술 검토와 행정 절차에 5년 이상 걸린다.

한국은 전기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경북(216%), 충남(214%), 강원(213%) 등은 지난해 전력자급률(지역 내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수치)이 200%를 넘는다. 문제는 전기를 실어 나를 인프라다. 송전망을 깔려면 관련 설비가 들어서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 신형 원전 6기에 해당하는 전력인 8GW를 서울·경기 지역으로 가져오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사업이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당초 2019년 마무리됐어야 하는 이 사업은 주민 반발에 발목이 잡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 436개가 들어서는 79개 마을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하남시의 반대에 막혀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남시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2026년 6월로 잡혀 있는 현재의 준공 목표도 지키기 힘들다.

‘AI 3대 강국 도약’은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다. 재정을 투입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연구용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약속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일 뿐이다. 송전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계통영향평가를 빠르게 끝낼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신설하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즉각 실행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