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관계 강화, 대북 제재와 무력 압박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 대북 제재 반대 논리인 ‘한반도 문제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을 또 꺼내고, “확장된 핵 억제가 지역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며 오히려 긴장의 책임을 한·미로 돌렸다. 북한 비핵화는 쏙 빼고 미국 핵우산만 없애라는 적반하장 요구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6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14차례 단행된 유엔 대북 제재 무력화에 앞장서더니 이젠 아예 없애라고 한다.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 북한이 파병과 단거리 미사일, 포탄 등을 지원한 대가로 러시아는 핵과 첨단 미사일, 군사위성 기술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뿐 아니라 북한은 이지스급 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핵추진 잠수함, 원격무장 장치와 능동방호 체계를 갖춘 전차,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자폭 드론 등 신무기를 잇달아 공개했다. 단기간에 전략·재래식 무기까지 급속한 현대화가 가능한 것도 러시아의 기술 이전 결과로, 안보 위협의 심대한 증대다.

중·러의 밀착과 대북 제재 중단 요구를 더욱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하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때와 차원이 달라진 안보 환경 때문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 고립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역(逆) 키신저 전략’이 역효과를 내면서 북·중·러 협력만 가속화한 꼴이 됐다.

더욱이 북·러는 지난해 자동군사 개입과 군사원조 제공을 의미하는 군사 동맹을 맺은 마당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북 확장 억제력이 흔들리고,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이 나온다. 계엄과 탄핵으로 외교는 실종되고, 미국은 이런 한국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 모두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말로만 그쳐선 절대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