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가 셀트리온 불법파견 사건 항소심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셀트리온 본업인 제약과 하청업체 청소 업무의 본질적 차이를 영상으로 시각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번 판결은 제약·바이오·반도체 등 초정밀산업의 노동 분쟁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 민사2부는 지난 1일 셀트리온 하청업체 프리죤 직원 2명이 셀트리온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다”며 셀트리온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프리죤 직원을 셀트리온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프리죤 직원들은 셀트리온 공장 무균실의 벽, 바닥 등을 청소·소독하는 ‘야간 클리닝’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셀트리온이 프리죤에서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파견받았다고 주장하며 셀트리온을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1심에서는 “직원들이 표준작업지침서(SOP)에 구속돼 작업했다”는 이유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SOP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설정한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준수 항목이다.

항소심부터 셀트리온을 대리한 화우는 두 회사 업무의 근본적 차이를 부각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양시훈 화우 변호사는 “공장 내부 영상을 촬영하고 자막을 달아 프레젠테이션으로 제작한 뒤 두 업무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며 “약 생산이라는 셀트리온 본연의 업무와 청소 업무가 분리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1심에서 제출되지 않은 증거를 최대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SOP는 GMP 준수를 위한 객관적 정보일 뿐 업무상 지휘·명령이 아니다”며 “프리죤은 자체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 따라 직원을 채용·해고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프리죤 직원의 “SOP에 나오지 않는 부분은 직원들이 의논해 재량껏 진행한다”는 법정 증언을 인용하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셀트리온 사건이 어떻게 확정되는지에 따라 초정밀산업에서 노동 분쟁의 기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SOP를 기준으로 파견 여부를 다툴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변호사는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원청업체의 필수 업무를 도급업체가 수행하는지가 불법파견 소송의 핵심”이라며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제약·바이오뿐 아니라 반도체 등 초정밀산업의 노동 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시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