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어제 단일화를 놓고 담판을 벌였다. 두 후보는 단일화 자체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시기와 방식 등 세부 내용에선 전혀 진척이 이뤄지지 않아 대선 후보 등록 시한인 11일까지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후보는 “단일화는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오늘 내일 결판을 내자”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정당 경선을 통해 선출된 공식적인 당 후보임을 내세우며 “입당은 안 하고 밖에 있다가 자리를 내놔라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후보는 담판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당 지도부와 한 후보의 11일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요구를 일축하고, 18일까지로 역제안했다. 제3자에게 대선 후보 지위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했다. 조기 단일화에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는 10일까지 단일화 완료 배수진을 치고,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강행도 예고했다. “필요시 결단”이라고 한 것을 보면 후보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비열하고 한심’ ‘알량한 후보’ ‘좌파식 조직탈취’ 등의 자극적 언사까지 동원,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당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도 겉돌기는 마찬가지다. 서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외곽에서 삿대질 하거나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윤심(尹心) 논란도 끼어들고 있다. 단일화 갈등 이면에는 당권 등 자리다툼이 있다는 등 한가한 얘기도 나돈다. 가라앉는 배 위에서 아귀다툼하는 모양새다.

상대 후보는 사법 리스크까지 털고 저만치 앞서가면서 1일 1공약, 경제 행보로 선거판을 파고들고 있다. 계엄과 탄핵으로 애초 불리한 상황에서 대선이 시작됐다면 상대보다 몇 배 더 결기 있게 나서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경선 때부터 ‘찬탄’ ‘반탄’ 입씨름으로 날을 지새우더니, 단일화 수렁에 빠져 비전은 물론 변변한 공약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2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적통이라는 정당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