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통상 협상 '나비효과'…원·달러 환율 1300원대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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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율 압박하나…요동치는 아시아 외환시장
대만정부 통화절상 용인설 확산
대만달러 변동폭 30년 만에 최대
자국서 헤지 못한 현지 생보사
원화 NDF 시장서 달러 대량 매도
韓·美 이번주부터 환율협상
美, 구체적 의제 아직도 안 밝혀
韓, 변동성 커지자 대응책 고심
대만정부 통화절상 용인설 확산
대만달러 변동폭 30년 만에 최대
자국서 헤지 못한 현지 생보사
원화 NDF 시장서 달러 대량 매도
韓·美 이번주부터 환율협상
美, 구체적 의제 아직도 안 밝혀
韓, 변동성 커지자 대응책 고심

◇엔비디아 수출 규제 완화가 발단

3일 미국과 대만의 1차 무역 협상 직후 대만 외환당국이 대만달러 강세에 대응하지 않자 시장에서는 “대만이 통화 절상을 미국에 무역 협상 수단으로 제시할 것”이란 루머가 퍼졌다.
대만달러 절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대만 생명보험사다. 대만 생보사들은 대만달러로 받은 보험료(부채)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달러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 헤지를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헤지 비중을 40%까지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예상과 달리 대만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생보사들이 뒤늦게 미국 달러를 팔고 대만달러를 사들이는(달러 선물환 매도) 환 헤지에 나서면서 미국 달러 대비 대만달러 환율이 급락(대만달러 절상)했다는 설명이다.
◇대만 생보사 환 헤지에 원화 급등
대만달러 절상의 불똥이 한국 시장에 튄 것은 NDF 시장의 영향이다. 대만은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자국 기업과 금융회사가 NDF 시장에서 대만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원하는 만큼 환 헤지를 할 수 없게 된 대만 생보사들이 눈을 돌린 통화가 프록시(대체) 통화인 원화다. 프록시 통화란 특정 국가와 경제·금융시장 관계가 밀접해 그 나라 통화처럼 간접적으로 사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데다 반도체, 전자부품 등 수출 주력 산업이 비슷한 한국과 대만 통화는 프록시 통화로 사용된다.환 헤지를 위해 달러 선물환을 확보해야 하는 대만 생보사들이 NDF 시장에서 원화를 대거 사들이면서 원화 가치가 급등했다. 원화와 함께 대만달러의 프록시 통화로 쓰이는 위안화 가치도 같은 시기 급등했다. 아시아 통화가 동반 절상된 이유다.
전날 달러당 29.18대만달러까지 하락한 대만달러 환율은 이날 30.18대만달러까지 반등했다. 전날 대만 외환당국이 “대만달러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며 루머를 강력하게 부인한 영향이다. 전날 NDF 시장에서 1360원 아래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1386원95전까지 반등했다.
◇“달러화 패권 흔들린다” 해석도
동반 급등했던 대만달러와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으로 방향을 틀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아시아 통화 동반 절상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7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390원 안팎에서 거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이번 사태가 흔들리는 달러화 패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SNS를 통해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대만 같은 경상 흑자국들의 자국 통화 중심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번 급등은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보다 중기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부터 통상 현안 세부 의제를 조율할 예정인 외환당국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환율 협상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 측이 구체적인 협상 의제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대응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NDF(역외 차액결제선물환)시장
외화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점의 환율 차만 정산하는 외환 파생상품 시장. 한국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거래되지만, NDF는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시장을 돌며 24시간 거래된다. 뉴욕 NDF 시장의 원화 환율은 당일 한국 시장의 원·달러 환율 시초가에 반영된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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