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7일 전체 당원 여론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보수 진영 단일화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 여론으로 김문수 대선 후보를 압박해 11일(후보 등록일) 전까지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게 지도부 구상이다. 김 후보 측이 당 대선 후보를 들러리 취급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빅텐트’ 구상에 이미 균열이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권영세 “단일화 약속 믿고 金 선택”

대선 후보 등록일을 불과 닷새 앞둔 6일 당 지도부와 김 후보 측은 하루 종일 신경전을 이어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스스로 한 약속,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먼저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당무우선권을 논하기 전에 국민과 당원에게 한 약속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김 후보를 이날 의원총회에 초청해 상견례를 하려 했지만 김 후보가 지방 일정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전날 밤 김 후보 측이 제시안 3대 요구안(당무우선권 존중, 선거대책본부 설치, 후보 뜻 반영한 당직 인선)을 지도부가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갈등이 잠시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10~11일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소집공고를 낸 것이 불씨가 됐다.

지도부가 사실상 ‘단일화 시한’을 못 박자 김 후보 측이 이를 부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지도부를 겨냥해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여는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 金 “서울서 숙고”…극적 담판 가능성도

김 후보는 애초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영남권 유세를 계획했다. 단일화 내홍 속 공식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부각하려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오전에 경북 영덕군을 찾아 산불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오후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지원단을 만났다. 다음날 부산 일정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오후에 돌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김 후보는 경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관된 단일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고 지금도 단일화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이라면서도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당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이럴 거면 왜 세 차례나 경선을 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며 “서울로 올라가서 남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단일화 논의를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김대식 의원은 이날 김 후보와 비공개 면담을 한 뒤 “당원들의 의견을 김 후보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오해도 풀어드렸다”며 “(김 후보가) 물리적으로 (오늘) 의원총회 참석이 어려우니 7일 (의총을) 여는 대로 단일화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를 설득하기 위해 영남행에 나선 지도부도 가능하면 서울에서 김 후보를 만나 설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원로들은 잇달아 쓴소리를 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런 식으로는 설사 단일 후보가 된다 한들 막강 이재명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형 전 의원도 “사즉생 생즉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마음만으로 만나서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정소람/정상원 기자/경주=하지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