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은 환경생태농업을 지향하는 고장이다. 인위적으로 막혀버린 생태계의 순환이 제 박자를 맞추며 더디지만 천천히 나아간다. 덕분에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특별한 명소와 축제는 함평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함평엑스포공원을 굽어보는 수산봉, 나비철쭉동산 (사진=이효태)함평의 자연과 생태가 주인공 되는 함평엑스포공원
함평에 오면 흐리멍텅했던 눈이 맑아지고, 두 팔 사이에 싱그러운 바람이 찬다. 나비처럼,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날아오를 것만 같다. 이 모든 감정을 한아름 품에 안은 곳이 있으니 바로 함평엑스포공원이다. 공원이라는 테두리에 가둬두기에는 참으로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어 온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지루할 새가 없다.
함평엑스포공원은 52만9998㎡ 규모에 아열대농업관, 자연생태관 등의 상설전시관과 추억공작소, 나비·곤충생태관은 물론 함평군립미술관까지 다양한 시설이 두루 자리한다. 최근에는 군민과 여행자 편의를 위해 황금박쥐상이 공원 내부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함평추억공작소 안에 자리한 황금박쥐상(사진=이효태)황금박쥐니까 황금으로 장안의 화제, 황금박쥐상
지난해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며 함평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황금박쥐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어마어마한 무게의 금으로 제작된 ‘함평천지 대 황금박쥐’상이다. 황금박쥐는 애기박쥐과의 포유류로 진한 오렌지 색을 띄고, 생김새가 귀엽다. 학명은 붉은박쥐인데 밝은 곳에서 보면 영락없이 황금색을 발해 익히 황금박쥐로 부른다.
어마어마한 몸값 자랑하는 황금박쥐상, 정교함에 시선집중(사진=이효태)
예로부터 박쥐는 장수를 상징하는 영물로 귀히 여긴데다 황금박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이러한 황금박쥐가 함평에서 집단 서식하는 것이 밝혀졌으니. 1999년 함평 대동면에서 황금박쥐 162마리가 처음 발견되었다.
붉은박쥐 서식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대동면 덕산, 용성, 서호, 연암리 일원은 황금박쥐가 사람을 피해 오랜 시간 동면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금광으로 사용된 서호동굴과 연암새굴, 정창윗굴 등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폐광이 황금박쥐의 은밀한 안식처가 되어준 것이다.
최근 함평추억공작소(함평엑스포공원 내)로 새 보금자리를 튼 황금박쥐상(사진=이효태)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추구하는 함평에서 황금박쥐가 갖는 의미는 사뭇 클 수밖에 없다. 군은 멸종위기종인 황금박쥐가 발견된 것을 기념해 지난 2008년 가로 1.5m, 높이 2.1m 크기의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기단과 원은 은 281kg, 우주생성, 생명의 존엄성, 영원성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5마리의 황금박쥐는 162kg의 순금으로 제작했다. 당시 제작비로 28억 원이 들어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으나, 현재(2025.3 기준) 몸값이 230억 원으로 치솟은 만큼 황금박쥐상은 이미 제 몫의 역할을 완수한 듯하다.
대동면에 조성된 황금박쥐생태체험관(사진=이효태)-> 여기도 가보세요 '황금박쥐생태체험관' 함평엑스포공원에서 10km 거리, 붉은박쥐 서식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대동면(서호리)에 황금박쥐생태체험관이 자리한다. 황금박쥐가 사는 동굴을 재현한 체험관은 황금박쥐의 생태적 특징을 두루 학습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전시물과 어린이 관람객이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체험과 휴게공간, 외부 놀이장을 갖추고 있다.
황금박쥐 서식지를 재현한 황금박쥐생태체험관(사진=이효태)일 년의 절반 이상을 자는 황금박쥐 모기 3000마리 잡아 먹는 여름사냥꾼
황금박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박쥐 중 200일, 제일 오랜 시간 겨울잠을 잔다. 대개 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 말, 길게는 6월 중순까지로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을 겨울잠 장소로 선택한다. 함평 고산봉 일대의 폐광에서 황금박쥐가 집단 서식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까다로운 조건이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황금박쥐의 생태적 특성을 두루 알 수 있는 체험관(사진=이효태)
지난 2016년 국립생태원은 박쥐 4종을 대상으로 한 생태연구에서 몸무게 7~9kg의 집박쥐가 1~3g의 해충을 먹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모기 3000마리 가량을 먹는 양이다. 박쥐는 생태계에서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해충을 먹음으로써 자연친화적인 농법에도 더없이 소중한 야생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