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혁신 공염불' 마저 사라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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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찬 실리콘밸리 특파원
![[특파원 칼럼] '혁신 공염불' 마저 사라진 대선](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7.21367266.1.jpg)
이들의 도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밥그릇’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택시와 호텔업계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야 했다. 각국 정부가 기존 법체계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일도 있었다. 두 회사가 가는 곳엔 언제나 날 선 공방이 뒤따랐지만,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쉽고, 빠르고, 편리한 사용에 소비자들이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넥스트 스텝' 준비하는 美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지난주 하루 간격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들고나왔다. 에어비앤비는 13일 현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호텔식 서비스와 체험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초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서비스에 맞춰졌다. 에어비앤비는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봤다. 현장에서 만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더 인간다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다음날 우버는 내년에 로보택시(무인택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I를 활용해 출퇴근 시간대에 필요한 교통수단과 예약 정보를 한 화면에 띄워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우버의 방점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찍혀 있었다.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CEO는 “우린 미래를 내다보며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설정한 AI 시대 생존 방정식은 정반대다. 한쪽은 AI와 대비되는 인간다움에 집중했고, 다른 한쪽은 AI 기술에 올라타는 정공법을 택했다.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두 회사 모두 AI 시대를 미래가 아닌 현재로 규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공유숙박과 공유차량이라는 각자의 정체성을 과감히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혁신기업이라 할지라도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정부 주도 담론만 난무하는 韓
한국은 10여 년 전 세계를 뒤덮은 공유경제의 파고 속에서 오히려 규제 장벽을 올리는 방식으로 스스로 갈라파고스가 되는 길을 택했다. 에어비앤비는 여전히 국내법의 회색지대에서 불안한 영업을 하고 있고, 우버는커녕 토종 기업인 타다조차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혁신의 꿈을 접었다. 한국 시장에선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의 수많은 젊은 창업가가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들고 있다.끝없는 혁신의 현장에서 바라본 한국 대선 후보의 TV 토론을 보면서 기괴함마저 느껴졌다. ‘AI 투자 100조원’ ‘AI 인재 20만 명 양성’ ‘AI 3대 강국’ 같은 거대한 담론만 난무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전무했다. 유력 후보들은 ‘국가가 나서서 하면 된다’는 꿈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변죽만 울리다 끝나기 일쑤였어도 적어도 말로는 정부가 혁신기업이 태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겠다고 외치던 과거의 공염불이 그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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