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표심을 좌우하는 촉매제가 되곤 했습니다. 6·3 조기 대선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경닷컴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톺아보고 향후 시장 전망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뉴스1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의 대선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주택 공급 확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를 외쳤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는 두 후보간 부동산 공약이 원론적으로 같은 방향성을 나타내 차별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놨다.

'공급 확대·GTX' 판박이 공약…차별점은 '종부세·재초환' 그쳐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동산 공약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GTX 확장을 통한 균형발전을 내놨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기존에 계획된 GTX 노선을 신속히 건설하는 한편, 신규 노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부적으로 이 후보는 1기 신도시의 노후 인프라를 전면 재정비하고, 수원·용인·안산·인천 등 노후 계획도시 정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3시 신도시 후속으로 4기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울은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한다.

GTX는 A·B·C 노선을 지연 없이 추진하고 이를 수도권 외곽·강원까지 연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GTX D·E·F 등 신규 노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GTX 플러스 노선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GTX 플러스 노선은 경기도가 제안한 것으로, GTX C 노선을 시흥 오이도까지 연장하고 포천과 인천을 연결하는 GTX G 노선과 파주에서 위례를 연결하는 GTX H 노선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GTX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GTX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절반을 환수하는 제도다.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비수도권 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세 등의 감세 정책도 전면에 세웠다.

매년 주택 20만 가구를 청년과 신혼·육아 부부에게 공급하고 공공주택의 10% 이상은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건설해 특별공급한다. 오피스텔은 세제상 중과 대상 주택 수에서 제외, 10년 이상 보유 후 처분할 경우 매년 5%씩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GTX는 기존 A·B·C·D·E·F 노선을 적시 개통하는 동시에 연장을 고려하고, GTX 모델을 전국 5대 광역권(수도권·부울경·대구경북·충청·광주전남)으로 확장해 전국급행철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 "촉박한 대선 일정…부동산 이슈화 부담됐을 것"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18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18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승계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또한 두 후보 모두 구체화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 후보의 공약 '우클릭'으로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간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약화 중간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공약에 대해 "토지공개념 강화, LH 개혁 등은 제외되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개발과 민간시장 확대 중심 공약이 주를 이룬다"며 "정책 방향이 '우클릭'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에 대해 "수용성이 너무 떨어진다. (대선 때도) 표 떨어지고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 세금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돼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며 "책임감이 커져서 생각이 바뀐 면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더 배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를 억지로 막으려 하는 대신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에도 종부세를 비롯한 세금 관련 대책은 빠지고 공급 공약만 포함됐다.

다만 국민의힘이 폐지를 약속한 재초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최근 라디오 출연에서 "정부 정책이나 투자 과정에서 집값이 상승한 부분이 있는데, 재건축했다고 그 이익을 과도하게 누리는 것은 공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은 2023년 크게 완화됐는데, 시행한 지 1년이 채 안 됐다"며 "시행해 본 뒤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종부세와 재초환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동소이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도 빠졌다.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 이슈였던 부동산 공약이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누구나 집, 국토보유세, 종부세 강화 등 이재명 후보의 지난 대선 공약이 대거 사라진 것이 가장 눈에 띈다"며 "찬반 논란으로 표가 분산될 수 있는 공약은 모두 내려놓고 우클릭하면서 양측 공약이 대동소이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을 많이 짓겠다', '정비사업 활성화하겠다', '광역 교통망 확충하겠다' 등 큰 방향성은 공통 사항"이라며 "전체적으로 부동산을 선거 공약으로 이슈화하려는 의도가 없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짧아 부동산 정책을 상세하게 마련할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공급 수치가 빠진 것을 두고 이 연구위원은 "지난 선거에서 양 당이 서로 수치를 올리며 경쟁하느라 현실화하기 어려운 270만호 공급까지 나왔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리한 공급 목표를 강제하면 실무에서도 무리한 실적을 내려는 상황이 된다. 지방 미분양이 쌓여가는 상황에도 지방에 주택공급 계획이 계속 잡혀있는 것이 일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에는 기존의 공급 목표를 현실적인 물량으로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