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대선 본투표를 보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당내 경선이 끝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소동도 정리가 됐지만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총선처럼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고 해 투표까지 남은 기간 변수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4050에서 높은 지지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주요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과 호남에서 높은 지지세를 형성했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지지율 77%를 기록했고, 서울(53%)과 인천·경기(52%)에서는 과반을 달성했다. 김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에 비해 서울에서 25%포인트, 인천·경기에서는 21%포인트 낮았다.
김 후보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조차 지지율 절반을 넘지 못했다. 대구·경북에서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2%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32%)는 비율보다 10%포인트 높았다. 또 다른 영남권인 부산·울산·경남에선 이재명 후보(46%)가 김 후보(41%)를 5%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충청권에서도 이재명 후보(44%)가 김 후보(36%)보다 우위를 점했다.
대선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이재명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53%에 달한 반면 김 후보는 22%, 이준석 후보는 10%에 그쳤다. 진보층의 82%가 이재명 후보를, 보수층의 67%는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세론이 공고해졌다”며 “지지율이 견고한 상황에서 강한 팬덤과 민주당을 장악한 능력이 동시에 발휘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이재명 후보가 40대(67%)와 50대(70%)에서 강세를 보였다. 60대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가 각각 44%, 43%로 백중세였다. 김 후보가 유일하게 우위를 보인 세대는 70세 이상(54%)으로 이재명 후보와 17%포인트 차이가 났다.
◇응답자 83% “지지 후보 안 바꿀 것”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83%가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층에서는 86%, 김 후보 지지층에선 85%가 계속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높은 지지율에 지지층 충성도까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 유권자 중 28%는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해 선거 막판 한쪽 후보로 움직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벽에 막혔다. 2030을 제외한 다른 세대에선 5% 이하로 지지율이 저조했다. 지역별로는 대구에서 10%를 얻었을 뿐 나머지에선 모두 한 자릿수였다. 계속 지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준석 후보 지지층에선 47%가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견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준석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면 사표 심리가 작동해 다른 후보에게 표가 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입소스 측은 “이들의 지지 이탈 및 다른 후보 합류는 지금의 선거 구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를 받아 지난 16~17일 무선전화 통화로 의견을 물었다. 전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6.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