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 유세를 돕고 있는 안철수 의원. / 사진=안 의원 페이스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 유세를 돕고 있는 안철수 의원. / 사진=안 의원 페이스북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 핵심 대권주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김문수 후보를 위해 백의종군하고 있어 주목된다. 안 의원은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하고 있다"는 담담한 입장이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자신의 지역구 등에서 밤낮 없이 김 후보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은 심야 유세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밤늦게까지 유세는 이어진다"며 "김 후보와 함께 승리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안 의원의 일련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경선 4강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단일화 담판이 불발된 한덕수 전 총리 가운데 유일하게 안 의원만 김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운동하는 안철수 의원. / 사진=안 의원 페이스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운동하는 안철수 의원. / 사진=안 의원 페이스북
김 후보를 돕지 않고 있는 주자들의 면면을 보면 먼저 단일화로 내홍을 겪었던 한 전 총리는 김 후보가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면전에서 선대위원장을 요청했을 때도 한 전 총리는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조금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었다.

한때 당을 이끌었던 한 전 대표는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리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이미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재명 민주당과 싸우고 있다"면서 "그게 진짜 선거운동"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은 탈당에 그치지 않고 몸담았던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비열한 집단",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 등 단순 비난을 넘어 "민주당에 갔다면 가슴앓이는 않았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당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운동하는 안철수 의원. / 사진=안 의원 페이스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운동하는 안철수 의원. / 사진=안 의원 페이스북
대선이 약 2주 남은 시점까지도 경쟁자들이 김 후보를 돕지 않으면서 일부 당원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주인공만 하고 싶다는 건가"라는 취지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어 안 의원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의리의 사나이 안철수", "안철수가 진짜 보수다", "안철수 재평가"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른 주자들과 비교하는 게시물도 더러 포착된다. 한 수도권 책임당원은 "원래 안 의원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 다 내려놓고 돕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의 자세가 정석"이라고 했다. 한 당 관계자는 "지금 안 의원의 모습을 당원들이 기억해줘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인이 후보가 됐다면 다른 후보들이 자기를 도와주길 바랄 거 아니겠냐"며 "비록 경선에서 졌더라도 후보가 된 사람을 위해 함께 열심히 뛰어주는 게 경선 참여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 전 총리, 한 전 대표, 홍 전 시장에게 전할 말이 있냐'는 말에는 "비판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만약 본인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가 되셨다면 다른 후보들에게 부탁 안 하셨겠나. 같이 열심히 승리하기 위해 힘을 좀 보태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