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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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지지율이 과반을 달성한 가운데 범보수 후보들 간 단일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완주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적극적으로 러브콜를 보내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가 지지자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단일화에 부정적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 이준석 ‘완주 의지’에 단일화 미지근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에 의뢰해 18일 공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절반(50%)이 ‘단일화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에 찬성한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14%는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78%가 단일화에 찬성했다. 김 후보로 단일화해 범보수 ‘빅텐트’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개혁신당 지지자는 74%가 단일화에 반대했다. 이 후보가 “단일화는 없다”고 강조하며 완주 의지를 나타낸 것이 개혁신당 지지자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쟁자로 여겨지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 정당 지지자도 단일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이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가 단일화에 반대했다. 20대는 55%, 30대는 56%가 단일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것은 70대 이상(56%)뿐이었다.
50%가 보수 단일화 부정적…TK도 '미지근'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 유권자도 단일화에 부정적인 답변이 더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50%)이 단일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부산·울산·경남(PK)은 48%가 단일화에 반대했다. 대전·충청·세종에서만 단일화 찬성(48%) 목소리가 더 컸다.

범보수 후보 간 단일화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은 단일화에 따른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보수가 단일 후보를 내놔도 이재명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51%로 범보수 후보의 지지율 합인 39%를 크게 앞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단일화는 이길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 측에서만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지자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이준석 후보는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17일에야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하는 형태로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는 완주하는 게 정치적으로 더 도움이 되니까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문수 40%, 이준석 24%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엔 김 후보로 단일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40%로 많았다. 이준석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는 24%뿐이었다. 바람직한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33%에 달했다.

김 후보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11%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이준석 후보보다 적합도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TK에선 54%가 김 후보를 지지해 16%에 그친 이 후보를 세 배 이상 앞섰다.

이 후보는 여성 유권자로부터 특히 외면받았다. 여성 응답자 중 이 후보가 적합하다고 본 것은 18%뿐이었다. 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행정부 개편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여성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진규/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