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4일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거나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계 은퇴 및 탈당 선언을 선언하고 하와이로 떠난 홍 전 시장의 '한 마디'에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가운데, 대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는 한경닷컴의 질문에 "이번 대선에 불관여한다"고 답했다. 홍 전 시장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재명 후보와 연대 가능성을 직접 일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시장은 앞서 이날 오전 지지자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 올린 글에서 "두 번 탄핵당한 당과는 절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번은 내가 일으켜 세웠지만, 두 번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당을 나왔다"고 했다. 이어 "탈당만 하면 비난할 테니 정계 은퇴까지 한 것"이라며 "다급해지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시장이 소통채널 '청년의꿈'에 올린 글
홍준표 전 시장이 소통채널 '청년의꿈'에 올린 글
홍 전 시장은 또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이기에 나온 것"이라며 "누가 집권하든 내 나라가 좌우가 공존하는 안정된 나라가 됐으면 한다. 정통 보수주의자들이 새롭게 등장하기도 기원한다"고 했다.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절연 선언은 전날 홍 전 시장의 지지 단체들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홍 전 시장이 이재명 후보를 비난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시선을 끌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홍 전 시장이 이재명 후보와 함께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이재명 정부 총리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이재명 후보는 홍 전 시장에게 정치적 구애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지난 12일에는 페이스북에 "홍준표 선배님은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셨다"며 "유머와 위트,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셨다"고 치켜세웠다. 홍 전 시장의 구체적인 공약이나 정책 가치관을 거론하면서 "깊이 공감한다"라고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반면 국민의힘은 홍 전 시장의 '절연 선언'이 전해지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당에서 두 번의 대권 도전, 두 번의 광역단체장 당선, 여러 차례 국회의원 당선을 한 분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며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고 극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전 시장의 하와이 출국길 배웅을 나섰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본인들이 러브콜했다가 응하지 않으니까 '인성' 운운하는 건 무슨 황당한 일이냐"고 비판에 나섰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전 시장을 '사기 경선의 피해자'라고 지칭하며 "제가 국민의힘을 나와 그 당의 반문명과 무지성에 대해 비판하니 싸가지없다고 집단 린치를 가하던 그때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자기 당 후보라고 뽑아놓은 사람이 이길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새벽 3시에 후보 교체 쿠데타를 일으켰던 집단이 이제는 그 사람만이 이길 수 있는 카드라고 떠들면서 어제와 오늘이 다른 새빨간 거짓말을 해대고 있으니 대국민 사기극 좀 적당히 하시라"고 일갈했다.

그는 "김문수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며 "그런 후보를 옹립한 장본인이 사기 경선 피해자의 홍준표 시장님께 감히 '타고난 인성'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그야말로 진짜 싸가지가 없다. 국민 앞에 싸가지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이슬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