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임형택 기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임형택 기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 기획재정부 분할 ‘강경파’로 분류된다. 지난달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는 법안을 발의했고, 최근 들어선 “지금의 상황은 ‘기재부 독재’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엔 매년 9월 초 정부가 일괄해서 제출하는 세금 관련 법인이 11월까지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로 넘기는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자동 부의 제도’를 없애버리자는 국회법 개정안도 내놨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앞둔 지난 9일 오 의원과의 인터뷰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두 편에 걸쳐 정리한다.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할하는 법안을 냈다.
기재부 분할론에 있어 나는 ‘강경파’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중 기재부를 나누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다들 뭔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아직 기재부 개편 방안은 백지상태지만, 가급적 당론으로 해서 정리하자고 주변을 설득하고 있다.

기재부도 최근 들어 메시지가 변했다고 본다. 이전에는 “너희들이 (기재부 분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지금 조직 형태가 가장 효율적이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조직을 나눠봤자 비효율적이고, 결국 나중에 집권하면 우리가 가장 잘할 것”이라는 입장인데, 과거에 검찰도 그랬다. 그러고 나서 뒤통수쳤지만.

▲기재부 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
2023년에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56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걸 나중에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돌려막기 했다. 외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국회예산정책처도 “편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봐도 반성이 전혀 없다. 지난해에도 30조원이 넘는 세수 펑크가 터졌는데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게 뭐 하자는 건가 싶다.

예산은 국가적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다. 그건 관료가 할 일이 아니다. 예산의 배분은 정치적 합의의 영역이고, 의회를 통해서 사회 각계각층이 조정·합의해야 한다. 관료가 초안은 만들 수 있어도 자기들이 마음대로 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지금 상황은 ‘기재부 독재’라고 본다.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자. 한 650조원 규모의 예산안 초안이 넘어오면, 국회서 많아봤자 5조~6조원 삭감했다가 각 지역구 예산이 들어가고, 여야 간 예산안 쟁점으로 치고받고 한다. 그렇게 늘리고 줄이고 하는 규모가 10조원도 안 된다. 그러고 나서 통과시키는 게 현실이다. 많은 부분이 초안 형태로 반영된다.

기재부는 세수 결손에 대응해 몇십조원 단위의 불용기금을 멋대로 활용했다. 왜 관료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예산을 불용 처리하나. ‘세입 세출 경정 제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기재부는 멋대로 처리해놓고선 “다 끝났습니다” 하고 손 턴다.

▲지금의 기재부 조직이 효율적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 윤석열 정권 3년간 적자성 부채도 2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재정건전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선 침묵한다. 그러고 또 감세하는 일이 반복됐다. 경상성장률에 비례해서 불어나야 할 국세 수입도 2022년 395조9000억원에서 2023년 344조1000억원, 지난해 336조5000억원으로 연이어 줄었다. 감세정책의 결과로 나라 곳간이 파탄 난 점에 대해선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국가 재정을 지키는 것은 기재부의 몫이다.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깡그리 무시하면서 감세정책을 했다. 감세하면 기업이 활성화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길게 보면 세수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을 보면 지난해엔 2.0%에 그쳤고 올해는 1.0% 이하라는 전망도 있다. 이건 감세 정책의 취지나 목적에 반하는 결과다.

이런 기재부를 어떻게 효율적이고 능력 있다고 할 수 있나. 기재부의 과장급 이상 인사들은 처절히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특히 국장급 이상 간부는 지난 3년간 나라곳간이 무너진 것에 대해 비판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12·3 비상계엄 이전부터 주장해왔다.

기재부가 멋대로 세수 결손을 돌려막기 한 것에 대해선 감사원에 감사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에서 뭐만 하면 “당신들 숫자 잘 모르잖아” 하면서 뭉개고, 감사원 감사도 뭉개고 있다.

기재부 예산기능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불만을 가진 게 사실이다. 기재부가 아닌 다른 부처들은 기재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있다고 호소한다. 각 정당의 지지기반과 관계없이 지자체도 불만이 크다. 지방자치가 잘되려면 기재부가 예산을 잘 내려줬어야 하는데, 사실 이전 문재인 정부 때부터도 이 부분이 미흡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을 6대4 정도로 맞추는 것이 맞다.

▲예산을 쥔 지자체장이 선심성 정책만 펼칠 수도 있다.
그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을 살리려면, 지방에 특화된 뭔가를 살려야 한다.

균형발전을 이루고 지방소멸 어떻게 막을지에 대해선 당내에서 논쟁 중인 부분이다. 내 생각엔 행정부 개편뿐만 아니라 예산 측면에서도 지방에 줄 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부·울·경에서 필요하면 조선업에 대해 지방세 인센티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재량권이 없으니까 모두 중앙으로 오게 된다. 좀 과감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세입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자는 법안도 발의했는데.
기재부는 세법 개정 법안을 한꺼번에 낸다. 이게 조세소위로 넘어오면 협상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해서 자동 상정해서 딜을 한다. 이런 시스템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씩 평상시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1월부터 논쟁거리가 있으면 충분히 얘기하고, 필요하면 6개월 이상도 토론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유산취득세도 할 수도 있는 거다.

세법 개정안을 무조건 몰아서 하자는 건, 기재부의 국회 날치기 통과를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이에 대해 왜 거부권을 행사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게 위헌적인 법안인가? 절차적으로 보면 예산 부수 법안 자동부의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세입 예측치를 8월에 내는 상황에서 내년도 세입 예측치를 어떻게 정확히 맞출 수 있나.
예산안에 대한 심사는 11월까지 계속된다. 그래서 10월쯤에 수정안을 달라고 계속 얘기를 했다. 과거 회의록을 봐라. 그런데 아무리 요구해도 기재부는 끝끝내 제출하지 않는다. “세입 예측치를 새로 계산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고만 둘러댄다.

이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도 기재부는 세입 경정을 끝내 하지 않았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세입 예측치가 382조4000억원인데, 이는 작년 세수보다 46조원정도 늘어난 규모다. 그렇다면 분기별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조원씩은 더 걷혀야 하는데, 올 1분기를 보면 5조5000억원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수치 그대로 가면 24조원이 펑크다. 그러면 이번 추경 과정에서 세입 경정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당시 초과세수분을 아껴뒀으면 지금 세수 결손 사태에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다. 코로나19 때 각 나라들의 부채가 늘어났는데, 다른 나라는 가계보다 정부부채가 더 많이 늘어났지만 한국은 가계부채가 더 늘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정부보다는 가계에 더 크게 남아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가장 적은 돈을 들이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주장하지만,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선 논쟁이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들의 부채 증가를, 각자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볼지 사회적으로 분담해야 할 영역으로 볼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다만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손실보상의 법리 아닌가. 코로나19 당시 영업을 포기하고 협조했으니, 세금으로 한번 보상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통 크게 결단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빚 탕감 같은 정책도 고려해봐야 한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부담은 뼈아플 것이다.

▲집권 후 증세는 할 것 같은데.
증세는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는 고민이 있다. 금융투자 소득세를 왜 안 했는지 아쉬움이 크다. 우선 거래를 활성화해서 거래세로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하겠다고 마음먹어서 되는 부분이 아니다. 세금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올해 대선이 있을 줄 몰랐는데, 사실 금투세는 예정대로 해야 했다. 금투세 논의를 다시 띄우려면 정말 애써야 한다.

이광식/최형창/김형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