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 넘어 오감예술로”…을숙도에 펼쳐진 ‘열 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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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기획전 ‘열 개의 눈’
부산현대미술관에서 9월 7일까지
정연두, 엄정순 등 국내외 예술가 20명 참여
감각의 다양성 표현한 작품 70여점 선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9월 7일까지
정연두, 엄정순 등 국내외 예술가 20명 참여
감각의 다양성 표현한 작품 70여점 선봬

‘모두를 위한 미술’이 가능할까.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느낄 기회조차 박탈당한 건 아닐까. 부산 하단동 을숙도에 자리잡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열 개의 눈’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데서 출발한다. 보이지 않거나 들을 수 없는 사람, 나이 들어 걷거나 인지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입장에서 전시를 구성했다. 미술은 물론 공연, 클래식 등 글로벌 예술계 전반에서 화두가 된 ‘배리어프리’ 전시로 2년간 사전 기획을 거쳐 선보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이렇게 밝혔다.

전시장은 시각 외 감각으로 감상 방식을 확장하는 실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중 정연두의 2014년 작 ‘와일드 구스 체이스’는 전시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전맹 시각장애인이면서 사진가로 활동하는 일본의 시라토리 겐지 작가가 찍은 8000장의 도시 사진 중 1500장을 골라 빠른 템포의 재즈곡을 붙여 만든 슬라이드 형식의 작품이다.

‘코끼리’ 연작으로 유명한 엄정순도 전시에 작품을 내놨다. 엄정순은 코끼리의 일부를 전체로 착각하는 ‘장님과 코끼리’ 우화에서 영감을 받아 ‘보는 것’에 대한 확신을 전복시킨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당신의 눈동자를 위하여’ 시리즈는 초상화지만 생김새가 흐릿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이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란 뜻이다.

배리어프리 전시답게 70여 점의 작품 사이엔 만져지고, 들리고, 움직이는 작품들도 있다. 라움콘의 오브제 작품 ‘한 손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포크’는 직접 착용해볼 수 있고, 김은설의 ‘잔상 덩어리’는 작품 표면에 귀를 살며시 대면 떨림이 만들어내는 흐릿한 소리가 들린다. 이 밖에도 작품마다 점자 해설과 음성 도슨트, 자막이 병기됐다.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전시 서문 대신 웹툰 형식으로 전시에 대한 설명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부산=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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