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한국 미술이 세계 현대 미술사라는 거대한 바다와 만난 전환점이었다. 김환기, 이응노, 김창열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소개됐다. 한국 미술의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순간이다. “상파울루로 가자!”를 외친 당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김병기(1916~2022)다.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국제 비엔날레 최초로 한국인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미술이 세계로 나아가는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김병기는 한국 유화 1세대인 김찬영의 아들로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방 후 서울대 미대 교수, 한국미술가협회 이사장 등으로 재직하며 행정가, 교육자, 비평가로서 한국 미술의 기틀을 잡았다. 한국의 독자적 미학을 찾아낸 김병기는 세계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전 커미셔너로 참가한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그는 한국이 과거 식민주의 시대에 묻힌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란 점을 전시 서문으로 선언했다.유승목 기자
“이전과 달리 관람객들이 작품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려 해요. 이런 경험이 만족감을 주고, 입소문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거대한 조각상이 2030 미술 애호가의 심장을 두드렸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론 뮤익’전이 누적 관람객 21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한 달 새 하루 평균 56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속도라면 2016년 ‘이중섭, 백 년의 신화’, 2022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넘어 미술관 역대 최고 흥행 전시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20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개막한 ‘론 뮤익’전의 누적 관람객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21만4203명으로 집계됐다. 주말 평균 6777명, 주중 평균 5611명으로, 38일간 매일 평균 5600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주요 흥행 전시였던 사물전과 자수전의 일평균 관람객이 1800명 수준인 것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국립현대미술관도 내심 놀랍다는 눈치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인 론 뮤익(67)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란 점에서 개막 전부터 주목받긴 했지만, 지금의 반응은 단순한 ‘해외 작가 소개’ 이상의 현상이란 것.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개막 당일부터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긴 관람 대기 줄이 생기는 등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2030 홀린 시각적 충격전시 흥행의 견인차는 20~30대 젊은 관람객이다. 전체 관람객 연령 분포도를 보면 20대 45%, 30대 28%로 2030 세대가 73%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에코백, 엽서 등 전시 굿즈와 예상보다 일찍 완판돼 부랴부랴 2차 제작에 나서고, 출품작을 프린트한
어떤 색깔도 칠해지지 않은 순수하고 행복한 마음의 풍경. 이 한 폭의 그림을 동심(童心)이라고 부른다. 현실과 마주하다 보면 점점 잊혀가는 그것을 울긋불긋한 ‘꽃의 여왕’ 장미가 되살린다. 올해로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은 에버랜드 장미축제 얘기다.장미축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40년간 8000만 송이의 장미가 피고, 6000만 명이 찾은 축제.’ 에버랜드는 1976년 자연농원 간판을 달고 개장할 당시 장미원(로즈가든)에 3500그루의 장미를 심었고 10년 후 장미축제란 이름으로 국내 꽃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DJ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수많은 라디오 공개방송이 로즈가든에서 진행됐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화사한 장미꽃밭을 거닐며 평생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이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손주까지 볼 무렵이 돼서일까. 올해 장미축제는 예년과 사뭇 달라졌다. 마스코트 ‘사막여우 도나’가 그렇다. 테마파크 마스코트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 대신 300만 송이 장미가 만발한 비밀의 화원을 지키는 수호자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로즈가든의 상징인 장미성은 세월의 흔적을 벗고 유럽 르네상스풍 궁전이 됐다. 장미축제의 스토리에 예술 콘텐츠를 결합한 시도다.이 변신에 힘을 보탠 건 세밀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을 알린 다리아 송(송지혜) 작가(사진). 럭셔리 브랜드 디올이 야심 차게 선보인 콘셉트 스토어 ‘디올성수’의 독특한 일러스트로 잘 알려진 그가 6개월을 매달려 만들었다. 지난 12일 만난 그는 어딘가 ‘어른아이’ 같아진 로즈가든에서 동심을 강조했다.“어른이 돼서도 어린 시절 느낀 행
2018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한 전시가 열렸다. 기하학적 조형미와 풍성한 색채가 돋보이는 꽃처럼 생긴 작품들이 관람객을 매료했다.재밌는 건 미술 애호가도 전시의 주인공이 누군지 몰랐다는 점이다.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사진)라는 이름을 두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실은 그가 현대 추상화의 물꼬를 튼 예술가란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클린트는 스웨덴 솔나시에서 태어나 스톡홀름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웠다. 그는 당대 화풍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했고, 화폭에 옮겨 담았다. 1906년 선보인 ‘원시적 혼돈’ 연작은 칸딘스키, 몬드리안 작품보다 수 년 앞서 탄생한 첫 유럽식 추상화였다.클린트는 1000점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지만 평생 화단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클린트의 화업은 2010년대 들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이 오는 7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순회전을 통해 국내 관람객과 만난다.유승목 기자
정부가 비공개로 진행돼 온 주요 국립예술단체장 선발 과정을 투명하게 바꾼다. 또 중장기로 이뤄지는 공연·전시 기획의 특성을 고려해 단체장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후임자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사전 선임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다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민감한 인사 정책을 개편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인사 투명성을 높이는 취지인 만큼, 차기 정부도 공감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15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개 모집, 공개 검증, 사전 선임을 골자로 한 ‘공연예술 정책’을 발표했다. 용 차관은 “국립예술단체장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역할 수행을 위한 준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인선 절차를 개편한다”고 밝혔다.예술단체장 공개오디션…“검증 확실하게”우선 주요 단체장 선발을 오디션 형식으로 바꾼다. 그간 국립예술단체장 인선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던 데다, 선임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져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공연계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용 차관은 “단체장 선임 과정을 궁금해하거나, 그 배경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공개 모집을 통해 이런 문제들이 사전에 걸러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립국악원장 선임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전임 김영운 원장의 퇴임 후 반년 이상 공석이던 국악원장 자리에 올해 초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이 내정됐단 소식이 들리자 국악계가 반발한 것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근 분위기는 ‘비관과 낙관의 교차’로 요약된다. 한쪽에선 회복을 확신한 활발한 매입이 일어나는 동시에 다른 한쪽에선 ‘저점 매수’를 노린 신중한 거래만 이뤄진다. 5월을 맞아 ‘아트위크’를 펼친 미국 뉴욕과 한국 부산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현대미술의 중심 뉴욕에서 열린 ‘프리즈 뉴욕’은 굵직한 거래로 회복의 온기가 역력했지만, 부산에서 개최된 ‘아트부산’은 거래의 활기보단 관망의 기류가 짙었다.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43%)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금융과 문화 중심지인 뉴욕을 부산과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아트페어 위상 차도 크다. 하지만 한국 미술시장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아트부산인 만큼, 글로벌 시장 분위기와 빗대볼 필요는 있다. 관세전쟁과 경기둔화, 지정학적 불안 등 정치·경제적 긴장 속에서도 수백만 달러의 작품이 단숨에 팔려나가는 등 세계 미술시장이 속도를 내는 사이, 한국은 다시 한번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란 점에서다.불황에 숨죽인 아트부산지난 8~11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5’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한국 미술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나흘간 이어진 행사를 찾은 방문객은 총 6만 명으로 집계됐다. 한창 호황기였던 2022년(약 10만2000명)과 비교해 41%가량 감소했고, 작년(약 7만 명)과 비교해도 1만 명가량 줄었다. 판매 총액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지난해보다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지난 8일 VIP프리뷰는 발 디딜 틈 없던 예년과 달리 오후
누구나 한 번쯤 맞이하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 있다. 작가 정수경은 10년 전 한 대나무 숲에서 ‘예술적 세례’를 경험했다. 숲에서 맞닥뜨린 어떤 소리는 간절히 찾아 헤매던 예술세계의 실마리를 던졌다. 그 소리는 산자락을 한 바퀴 돌아 나온 한 줄기의 바람이 낸 것이다. 시간의 능선을 거슬러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상쾌한 날 것의 내음을 풍긴 이 바람은 ‘자연의 언어’를 찾아보라고 속삭였다. 그가 자연에서 영성(靈性)을 찾는 작품을 그리게 된 이유다.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정수경의 개인전 ‘스며들다 떠오르다’는 작가가 치열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존재들을 탐미한 끝에 찾아낸 아름다움을 펼쳐낸 전시다. 대숲과 바람에서 영감 받은 400호 크기의 대작 ‘청음(淸音)’을 비롯해 떨어진 꽃 잎 위로 또 다른 꽃 잎이 지며 쳇바퀴처럼 흘러가는 계절의 순환을 그려낸 ‘피어나다’와 ‘떠오르다’ 연작, 별을 소재 삼은 근작 ‘아니마(Anima)’ 등 30여점이 걸린다.캔버스 바닥에 놓고 물감을 떨어뜨리는 작가 특유의 드리핑 방식이 돋보인다. 캔버스에 붓으로 물감을 흩뿌리는 반복적 행위는 작가가 만났던 바람과 닮았기 때문이다. 드리핑만의 듬성한 공간창출에서 바람이 내는 미세한 소리가 어우러진다. 꽃에서 꽃으로 나비가 팔랑대며 날아가는 모습이나, 들판에 홀로 고고하게 서 있는 매화가 떠오르는 그림들은 봄이 찾아온 5월과 잘 어울린다. 전시는 6월2일까지.유승목 기자
미술관은 조화롭지 못한 공간이다. 정숙한 분위기 속 벽에 걸린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 대다수가 젊은 비장애인이란 점에서다. 나이 든 관람객은 만나기 어렵고, 휠체어나 안내견은 더욱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화와 조각, 사진, 미디어아트로 대표되는 미술이 ‘시각예술(Visual arts)’에 속하기 때문이다. ‘보는 감각’을 담보하지 않았다면, 관람은 어려워진다. 감각의 장벽은 곧 진입의 장벽이 되고, 전시장은 자연스럽게 일부만을 위한 공간이 된다.‘모두를 위한 미술’이 가능할까.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느낄 기회조차 박탈당한 건 아닐까. 부산 하단동 을숙도에 자리잡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열 개의 눈’은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데서 출발한다. 보이지 않거나 들을 수 없는 사람, 나이 들어 걷거나 인지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입장에서 전시를 구성했다. 미술은 물론 공연, 클래식 등 글로벌 예술계 전반에서 화두가 된 ‘배리어프리’ 전시로 2년간 사전 기획을 거쳐 선보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이렇게 밝혔다.“미술관이 ‘시청각 장애인이나 시니어에게 열려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천적 장애뿐 아니라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에 따른 후천적 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죠. 특히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란 점에서 깊게 생각해볼 문제였습니다.”전시장은 시각 외 감각으로 감상 방식을 확장하는 실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중 정연두의 2014년 작 ‘와일드 구스
서양에 에메랄드가 있다면 동양엔 옥(玉)이 있다. ‘군자는 반드시 옥을 찬다(君子必佩玉)’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옥은 오랜 세월 순결과 온유, 고귀함의 상징으로 사랑받았다. 완전무결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완벽(完璧·흠 없는 옥구슬)’이란 말이 쓰이고, 진시황제가 옥을 깎아 만든 도장으로 임금의 권위를 나타낸 건 이런 이유에서다.조선 왕실에서도 ‘궁중옥’이라 불렸던 귀한 옥이 있었다. 세종대왕 시기에 활약한 조선 최고의 음악가 박연의 ‘남양옥(南陽玉)’이다. 옥에서 어찌나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는지 세종은 악기로 만들라는 명을 내렸고, 박연은 타악기인 편경을 제작해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후로도 남양옥은 왕실을 대표하는 옥으로 옥새, 어책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조선왕실의 얼이 담긴 궁중옥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재동 코너갤러리와 북촌한옥마을의 문화공간 가회헌에서 열리는 옥공예가 서지민 서울산업대 명예교수의 ‘푸르를녹 빛날옥’이다. 한국 장신구사, 문양사 전문가인 서 작가는 궁중옥의 대가로 불리며 ‘한국적 미학’을 후학에게 알리는 작업에 매진 해왔다.어린 시절 어머니의 옥비녀와 옥가락지에 매료된 서 작가는 사학과 고대보석을 연구하며 옥 공예가로 활동해왔다. 옥을 다듬는 데 평생을 바친 서 작가가 임금의 식사를 책임지던 식의(食醫)로 박연에게 남양옥의 아름다움을 전해준 것으로 전해지는 서하의 후손이란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서 작가가 궁중옥을 연구하며 바친 90년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직접 엄선한 옥도장과 노리개 등 120여 점을 선보인다.
“주말까진 기다려 봐야죠. 좋은 작품엔 분명 관심을 보이고 구매 문의도 적지 않지만, 판매 속도는 확실히 더디네요.”지난 8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VIP 프리뷰(사전관람)로 막을 올린 아트부산에선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한국 미술시장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컬렉터들은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지만, 지갑은 쉽사리 열지 않았다. 한풀 꺾인 미술시장 투자 열기를 보여주듯 컬렉터들은 “살 만한 작품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 사야 할 타이밍인지는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부산이 대구와 함께 미술 컬렉션 전통이 탄탄하다고 잘 알려진 만큼, 이날 전시장엔 적잖은 방문객이 모였다. 대형 갤러리 부스는 작품을 관람하거나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3~4시간이 지나자 관람객 대다수가 빠져나갔고, 전시장은 금세 한적해졌다. 발 디딜 틈 없던 예년과 사뭇 다른 광경이었지만 갤러리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국내 갤러리 관계자는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구매열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판매 완료’를 알리는 작품 옆 빨간딱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구매 문의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기 침체와 정치적 긴장 등 대내외적 악재로 작품 구매가 신중해졌다는 뜻이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구매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홀드(구매 대기) 된 작품들도 있다”면서 “주말에 판매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블루칩’ 작가들의 인기는 여전했다. 시장 사이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부산을 단지 수많은 컨테이너 물류가 오가는 ‘항만도시’로만 생각한다면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가 펼쳐지고, 각종 비엔날레(부산비엔날레·바다미술제)가 열리는 부산은 컨템퍼러리(동시대) 예술의 조류가 들고나는 어엿한 ‘미감(美感)의 도시’다.5월에 접어든 부산은 조금 더 특별해진다.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장터 아트부산을 통해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을 짚는 안목(眼目)을 제대로 기를 수 있어서다. 올해는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랩’까지 더해져 바다를 따라 흐르는 감각의 해안을 완전히 다시 그리고 있다.“예술과 함께” 열네 번째 아트부산8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VIP 프리뷰와 함께 막을 올린 아트부산은 상반기 국내 최대 아트페어다. 다시 말하면 ‘큰손’ 수집가들의 눈이 쏠리는 9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에 앞서 벌어지는 전초전이자, 올 한 해 미술 농사의 성패를 가늠해 보는 바로미터인 셈. 유력 갤러리들이 간판 화가부터 독창적 시선이 돋보이는 신진 작가까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라인업을 펼쳐낸 이유다.사실 올해 아트부산을 바라보는 미술계 안팎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술시장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데다, 국내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는 게 ‘뉴노멀’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부산은 ‘More with Art’(예술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2023년(22개국 145개 갤러리)과 지난해(20개국 129개 갤러리)보다 줄어든 17개국 10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데 그쳤다.다만 흐렸던
부산과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여러모로 닮았다. 각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데다 다국적 컨테이너가 오가는 항만부터 관광객이 찾는 해수욕장까지 바다가 발전의 원동력이다.닮은꼴인 부산과 바르셀로나의 공통점이 또 하나 생겼다.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여온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축제 ‘루프(Loop) 페스티벌’이 ‘루프랩 부산’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면서다. 지금 부산은 어딜 가나 번쩍이는 예술의 도시. 아트부산과 함께 들러야 할 장소를 짚어 봤다.루프랩은 4월부터 6월까지 부산 전역에서 펼쳐진다. 미디어아트라는 ‘고리(Loop)’에 서로를 엮은 것처럼 공립 미술관부터 상업화랑, 대안공간까지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곳들이 서로 연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루프랩은 26개 공간에서 진행 중이다. 눈여겨볼 곳은 아트부산이 열리는 벡스코 인근 부산시립미술관의 야외 조각공원. ‘디지털 서브컬처’라는 이름으로 28개국 45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 작품이 LED 디스플레이로 상영되는데, 미디어아트의 본질을 꿰뚫는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며 “고급예술과 서브컬처의 경계를 지우는 시도”라고 설명했다.옛 부산시장 관사였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는 남천동 도모헌에선 ‘무빙 온 아시아’란 이름으로 보다 정석적인 미디어아트 전시를 열고 있다. 아시아 예술가 27명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영화의전당에서도 같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선 ‘미디어아트 선구자’ 토니 아워슬러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펼쳐진다.부산을 대표하는 상업화랑에선 거장들의 전시가
어떤 음악에선 울고, 어떤 술에선 말을 잃는다. 블루스를 들으며 들이켜는 버번위스키 한 잔을 떠올린다면 단박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19세기 미국 남부 옥수수밭에서 일하던 흑인들 삶의 애환을 녹인 게 블루스라면, 켄터키 옥수수 증류주인 버번의 달고 진한 맛은 살아가는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마음을 데워준다. 뉴올리언스의 블루스 클럽이나 재즈 바 무대에 선 뮤지션을 떠올릴 때 그 모습이 ‘한 손엔 마이크, 다른 손엔 버번’인 건 그런 이유에서다.콘트라베이스부터 보컬, 색소폰, 오르간, 드럼까지 다섯 명의 뮤지션이 합주를 이어간다. 12마디 구성 속 느릿하고 느슨한 블루스 연주로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을 토해낸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버번이 없다. 합주 영상이 걸린 기둥을 바라보는 벽엔 대뜸 흰 곰팡이 핀 메주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메주는 위스키보단 발효의 섭리로 완성되는 막걸리와 가깝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연주자들의 영상 옆에 막걸리가 발효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다.블루스와 막걸리의 페어링. 부산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4에 자리 잡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 정연두(56)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의 풍경이다. 우리 상식 속 막걸리는 한국인의 리듬이고 버번은 흑인 음악의 증류된 기억이다. 어떤 피치 못할 일이 있었길래 블루스와 메주, 막걸리를 한 장소에 묶어 놨을까.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정연두는 이렇게 답했다.“세상 모든 게 썩어 없어진다고만 생각하면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가끔은 상큼한 향을 내는 알코올로 되살아난다는 게 막걸리의 매력이죠. 블루스도 흥겨워서 만든 음악은 아니지
지난달 30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라두 주데 감독의 루마니아 영화 ‘콘티넨탈 ’25’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다.루마니아 제2 도시인 클루지에서 집행관으로 일하는 여성 오르솔랴(에스테르 톰파 분)는 건물 보일러실을 무단 점거한 노숙자를 퇴거시킨 직후 그의 자살을 목격한다. 오르솔랴는 ‘집행관 때문에 불쌍한 노숙자가 내몰렸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언론의 희생양이 된다. 헝가리계 이민자인 오르솔랴는 “너희 나라로 꺼지라”는 인종차별적 악성 댓글에 시달린다.오르솔랴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소통한다. 남편과 엄마, 친구, 옛 제자, 성직자를 만난다. 비록 법적으론 노숙자의 죽음에 책임이 없지만, 도덕적 책임은 다른 문제다.오르솔랴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불쌍한 노숙자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고 얘기하며 슬픔에 잠긴다. 그렇다면 그는 착한 사람일까. 사실 오르솔랴는 위선적이다. 이미 세상을 뜬 노숙자를 현실로 불러내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고 “묘비에 꽃이라도 놔야겠다”면서도 정작 그가 묻힌 무연고자 묘지는 찾아가지 않는다. 10여 년 만에 만난 제자에게 힘들다고 털어놓더니 덜컥 불륜을 저지른다. 노숙자의 마지막 순간은 오르솔랴의 자기 위로를 위해 소비될 뿐이다.오르솔랴와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위로한다. 하지만 어딘가 불편하다. 그의 심경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은 힘들어하는 아내가 여행에 동참하지 못할 것 같다는 데 실망하고, 엄마는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어떤 음악에선 울고, 어떤 술에선 말을 잃는다. 블루스를 들으며 들이키는 버번 위스키 한 잔을 떠올린다면 단박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19세기 미국 남부 옥수수밭에서 일하던 흑인들의 삶의 애환을 녹인 게 블루스라면, 켄터키의 옥수수 증류주인 버번의 달고 진한 맛은 살아가는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마음을 데워준다. ‘한 손엔 마이크, 다른 손엔 버번’이 흔히 뉴올리언스의 블루스 클럽이나 재즈 바 무대에 선 뮤지션을 떠올릴 때의 모습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콘트라베이스부터 보컬, 색소폰, 오르간, 드럼까지 다섯 명의 뮤지션이 합주를 이어간다. 12마디 구성 속 느릿하고 느슨한 블루스 연주로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을 토해낸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버번이 없다. 합주 영상이 걸린 기둥을 바라보는 벽엔 대뜸 흰 곰팡이 핀 메주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메주는 위스키보단 쌀이나 밀로 만든 누룩이 일으키는 발효의 섭리로 완성되는 막걸리와 가깝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연주자들의 영상 옆에 막걸리가 발효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다.블루스와 막걸리의 페어링. 부산 망미동의 복합문화공간 F1964에 자리 잡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벌어지는 정연두(56)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의 풍경이다. 우리 상식 속 막걸리는 한국인의 리듬이고, 버번은 흑인 음악의 증류된 기억이다. 어떤 피치 못 할 일이 있었길래 블루스와 메주, 막걸리를 한 장소에 묶어 놨을까.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정연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세상 모든 게 썩어 없어진다고만 생각하면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가끔은 상큼한 향을 내는 알코올로 되살아난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은 분명하다. 이념과 철학부터 형식까지 사고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화적 대안’을 표방해 온 전주는 언제나 쉽게 소비되지 않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지난 25년간 영화제는 늘 관객을 ‘보는 자’가 아닌 ‘응답하는 자’로 만드는 작품을 골라 스크린에 걸었다.지난달 30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도 ‘대안 정신’을 들고 나왔다. 열흘 간 상영되는 224편의 초청작 중에서도 이런 영화제의 정체성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건 개막작인 라두 주데 감독의 ‘콘티넨탈 ’25’다.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받았다는 명성을 지우고도 영화의 작품성은 전주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다. 영화제가 오랜 시간 지키려 했던 작가주의적 탐구와 사회적 메시지, 형식적 실험이라는 삼박자를 충족하기 때문이다.영화의 얼개는 이렇다. 루마니아 제2의 도시인 클루지에서 집행관으로 일하는 여성 오르솔랴(에스테르 톰파)의 트라우마 극복기. 건물 보일러실을 무단 점거 중이던 노숙자를 퇴거시킨 직후 그의 자살을 목격한 오르솔랴는 며칠간 주변 사람들을 만나 개인의 도덕적 위기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헤쳐 나갈 방법을 고심한다.영화는 쉽게 피부에 와닿는 몇 가지 정치적 구호를 담고 있다. 콘티넨탈이라는 이름의 부티크 호텔로 재건축될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노숙자는 왕년에 동구권에서 잘 나가는 국가대표 체육인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머물며 노숙자로 전락한,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약자다.오르솔랴는 늘 상냥하지만, 결국 이런 자본의 횡포
한국경제신문이 고품격 문화예술 월간지 아르떼 매거진 창간 1주년을 기념해 정기구독 독자를 대상으로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아르떼 매거진 정기구독을 신규로 신청하거나 연장하는 독자에게 클래식 공연부터 전시, 도서까지 삶에 영감을 주는 특별한 예술 경험을 제공합니다.먼저 한국 대표 민간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공연 초대권을 드립니다. 선착순 500명이 대상이며 오는 6월 이후 열리는 공연 4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예술 분야 도서 베스트셀러인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중 한 권을 선착순 500명에게 나눠줍니다.한경미디어그룹이 진행하는 다양한 고급 예술·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기구독 회원 전원에게 아르떼 문화예술 강연의 10% 할인 혜택과 ‘나이트 뮤지엄’ 우선 응모 권한을 제공합니다. 나이트 뮤지엄은 미술관이 문을 닫은 저녁 시간에 주요 미술관의 걸작을 전문 해설사 설명과 함께 호젓하게 관람하는 행사로, 예술 애호가에게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 정기구독 신청자 1000명에게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경 레이디스컵’(8월 21~24일) ‘상상인 와우넷 오픈’(10월 16~19일) 중 한 곳을 갈 수 있는 입장권 각 2장을 선물합니다.정기구독 연장 독자만을 위한 특별 혜택도 마련했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과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 내한 공연의 R석 초대권을 추첨을 통해 공연마다 두 명에게 두 장씩 지급합니다. 미술 분야에서도 블록버스터급
한국경제신문이 고품격 문화예술 월간지 아르떼 매거진 창간 1주년을 기념해 정기구독 독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아르떼 매거진 정기구독을 신규로 신청하거나 연장하는 독자들에게 클래식 공연부터 전시, 도서까지 삶에 영감을 주는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먼저 한국 대표 민간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공연 초대권을 드립니다. 선착순 500명이 대상이며 오는 6월 이후 열리는 4개 공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예술 분야 도서 베스트셀러인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중 한 권을 선착순 500명에게 나눠줍니다. 공연 초대권과 도서 증정 혜택은 중복 제공하지 않습니다. 한경미디어그룹이 진행하는 다양한 고급 예술·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기구독 회원 전원에게 아르떼가 주최하는 문화예술 강연의 10% 할인 혜택과 ‘나이트 뮤지엄’ 우선 응모 권한을 제공합니다. 나이트 뮤지엄은 미술관이 문을 닫은 저녁 시간에 주요 미술관의 걸작을&n
황금종려상(칸), 황금사자상(베니스), 황금곰상(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상징은 경쟁 부문에 오른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트로피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는 상의 이름인 ‘오스카’로 더 잘 알려져 있다.해운대 백사장에서 시작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거듭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부터 영화제를 상징하는 ‘부산어워드 대상’을 만들고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개최 30주년을 맞아 그간 지켜온 비경쟁 영화제 정체성을 벗어나기로 했다.BIFF 조직위원회는 29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제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아시아에서 최고 영화가 무엇인지 평가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올해 9월 17~26일 열리는 BIFF에서 경쟁 부문이 새롭게 신설된다.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주는 대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제작한 영화 중 BIFF에서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 출품작 14편 내외를 심사를 거쳐 후보로 올린다. 극장 개봉작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작도 선정 대상이다.신예 감독의 작품을 상영해 젊은 아시아 영화인의 등용문으로 꼽히던 BIFF의 대표 프로그램 ‘뉴 커런츠’도 경쟁 부문에 흡수된다. BIFF는 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 작품을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통해 ‘뉴 커런츠상’을 수여한다.BIFF는 경쟁 영화제 전환을 계기로 올해 행사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지난해 224편이었던 공식 초청작을 올해는 240여 편으
황금종려상(칸), 황금사자상(베니스), 황금곰상(베를린)까지 세계 3대 영화제하면 떠오르는 상징은 폐막식에서 경쟁부문에 오른 최고 작품에 수여되는 트로피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는 상의 이름인 ‘오스카’로 더 잘 알려져 있을 정도다.해운대 백사장에서 시작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거듭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부터 영화제를 상징하는 ‘부산어워드대상’을 새로 만든다. 개최 30주년을 맞아 그간 지켜온 비경쟁영화제 정체성을 벗어나 경쟁영화제 전환을 결정하면서다.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작까지 한 해를 대표하는 아시아 최고 영화가 폐막작으로 대미를 장식한다.BIFF 조직위원회는 29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제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30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성장하며 쌓아 온 정보와 네트워크가 충분한 만큼 아시아에서 최고 영화가 무엇인지 평가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아시아 정체성을 짚으면서 글로벌 영화제로 발돋움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올해 9월 열리는 BIFF에선 칸 영화제처럼 경쟁 부문이 새롭게 신설된다.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주는 대상을 비롯해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 중 BIFF에서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 출품작 14편 내외를 심사를 통해 후보로 올린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최고 작품을 선정한다는 게 기본적인 경쟁부문 선정 기준”이라며 “극
설치미술가 강서경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27일 별세했다.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한 작품을 선보였다. 조선시대 악보인 정간보 속 사각 격자 무늬 그리드를 활용한 작품 ‘정(井)’ 등 동양의 전통 개념을 서양 방법론으로 재해석한 작업으로 주목받았다.빈소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20분.유승목 기자
맛의 고장 전주가 이번엔 영화로 입맛을 돋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스물여섯 번째 해를 맞아 다채로운 감각의 잔칫상을 차렸다. 패기 넘치는 단편부터 노련한 연출까지, 올해는 어떤 차림표를 관객의 식탁 위에 올릴까. 전주행 열차를 탈 영화 애호가라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작품들을 짚어봤다.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흘간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57개국 224편의 영화가 공식 초청됐다. 국내 작품 98편(장편 42편·단편 56편), 해외 작품 126편(장편 106편·단편 20편)으로, 전주에서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만 80편에 달한다.◇재기발랄한 단편 영화전주국제영화제의 심장은 단연 단편 경쟁 섹션이다. 주류를 벗어난 독립·대안 영화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출발한 영화제답게 전주에선 늘 실험적인 작품들이 돋보였다. 올해도 단편 섹션에서 발군의 한국 영화들이 출품됐다.김선빈 감독의 ‘월드 프리미어’는 6년 만에 영화제 초청을 받은 무명 감독과 그의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한 절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꿈을 좇는 감독과 꿈을 포기한 배우의 달곰쌉싸름한 현실을 유쾌하게 풀었다. 영화의 백미는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로 잘 알려진 배우 문상훈의 연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는 영화를 버린 배우의 ‘시네필’(영화 애호가) 남편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보여준다.남소현 감독의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는 단편 프로젝트에서 보기 쉽지 않은 해외 올 로케이션 영화다. 독일 베를린에서 살던 중 귀국해야 하는 은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30분의 짧은 러
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부당 이용한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자사 생성 AI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X’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핵심 기술인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 등 언론사 자산을 무단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학습 데이터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네이버 생성 AI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콘텐츠를 무단 복제하거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는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해 언론사의 저작권과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신문협회의 설명이다.신문협회는 공정위에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네이버가 AI 학습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공정한 대가 지급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유승목 기자
‘뽀로로’부터 ‘하츄핑’까지 유아·어린이용 콘텐츠라는 인식에 갇힌 K-애니메이션 산업 지형도가 바뀐다. 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를 끈 ‘퇴마록’ 같은 성인들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정부가 애니메이션 IP(지식재산권)의 연령·장르·매체 다각화를 추진하는 방침을 세웠다.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5~2030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과 인공지능(AI) 발전 흐름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중장기 전략이다. 2029년까지 총 150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특화 펀드 신설을 통한 산업 투자 활성화를 비롯해 유통 다변화, 해외진출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눈에 띄는 사업은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청·장년층용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2010년대 들어 완구 사업과 결합한 영유아용 3D 작품들로 시장을 키웠지만, 저연령층에 편중된 제작·투자와 텔레비전 방송 위주의 유통 체계가 고착화되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문제의식에서 나온 정책이다. 애니메이션 수요층을 확대하고 장르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문체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는 한국 웹툰이나 웹소설 기반 애니메이션은 정작 일본 등 경쟁국에서 제작되는 상황”이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숏폼 중심의 미디어 소비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애니메
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부당 이용한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자사의 생성AI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X’의 개발 및 운영과정에서 핵심 기술인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 등 언론사 자산을 무단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학습 데이터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네이버 생성 AI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콘텐츠를 무단 복제하거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는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해 언론사의 저작권과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신문협회의 설명이다. 신문협회 측은 “네이버의 행위는 국내 검색 시장 및 온라인 뉴스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언론사와의 뉴스 제휴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결과”라며 “공정거래법 제5조(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금지)와 제45조(불공정 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가 즉각 근절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네이버가 AI 학습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공정한 대가 지급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신문협회 측은 “해외에서도 데이터가 생성 AI 모델의 성능에 기여하는 정도를 평가해 적정 대가를 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언론 및 AI 산업의 건전한 상생 발전을 위한 공정위의 엄정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캐나다는 2023년 빅테크 플랫폼이 언론사 콘텐츠를 활용할 경우 보
대를 이어 활약하는 예술가는 많다. 가족끼리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수십 년 합을 맞추는 사례는 드물다. 더군다나 내놓은 작품들이 하나같이 걸작으로 불릴 확률은 더욱 낮다. 영화계엔 좀처럼 보기 힘든 예술가 형제가 있다. 영화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74)과 뤼크 다르덴(71)이다.벨기에에서 태어난 형제는 1970년대부터 단독 작업 없이 함께 영화를 연출했다. 연극을 전공한 장 피에르와 철학을 공부한 뤼크 모두 사회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연출을 지향하고, 인간 존재와 윤리를 깊이 탐구하는 공통된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다.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군더더기가 없다. 러닝타임이 100분을 넘어가지 않고, 감정을 쥐어짜지도 않는다.다르덴 형제는 최고 권위 영화제인 칸 국제 영화제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다음달 열리는 제78회 칸 영화제에선 ‘젊은 어머니들’로 10번째 칸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유승목 기자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인상파 거장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인상파 음악의 선구자 클로드 드뷔시는 관현악곡 앨범 ‘바다(La Mer)’의 표지에 이 파도를 고스란히 그려 넣을 정도로 깊은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 마치 발톱을 드러낸 듯, 날카롭고 거대한 파도와 풍랑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작고 무력한 뱃사공들의 모습이 담긴 도상에서 경외(敬畏)의 감정이 읽히기 때문이다.여기 ‘Gyre(환류)’라는 이름의 작품이 있다. 언뜻 보기엔 명작을 오마주한 흔한 점묘화 같다. 그런데 고개를 내밀어 주의 깊게 보면 어딘가 독특하다. 거대한 파도부터 흩날리는 물방울까지 쓰레기장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자세히 보니 회화가 아니라 디지털 사진이다. 옆엔 이런 작가의 설명이 적혔다. “240만 개의 해양 플라스틱 조각. 세탁기에서 발생해 8초마다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마이크로 섬유의 추정량에 해당합니다.”크리스 조던은 대량 쓰레기와 과소비, 환경 오염 문제를 시각예술로 풀어내는 사진가다. 그는 이 작품을 찍기 위해 직접 태평양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을 수거하고, 몇 달간 하나하나 이미지로 촬영해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칙칙한 색감의 작품은 과거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위태로워진 바다가 거대한 쓰레기로 이뤄진 성난 파도를 몰고 인간 사회를 덮친다는 경고로 읽힌다. 호쿠사이가 봤을 경이로운 바다와 드뷔시가 느꼈을 경외의 파도는 더 이상 없고, 공포와 절망의 감정만 남았을 뿐이다.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환경오염과 기후위기가 종말의 시
다음 달 열리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섹션 초청작에 한국 영화가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운데 애니메이션 작품인 ‘안경’이 비공식 섹션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23일 프랑스 비평가협회에 따르면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을 통해 상영된다. 비평가주간은 감독주간과 함께 칸 영화제가 운영하는 비공식 섹션으로, 신선한 시각이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한다.‘안경’은 감정과 기억 등 무의식적으로 억눌렀던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15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별다른 대사 없이 연필 드로잉만으로 이뤄진 절제된 연출이 인상적이다.작품을 연출한 정유미 감독은 2009년 ‘먼지아이’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적 있는 관록 있는 작가다. 특유의 연필 드로잉과 결합한 디지털 작업이 관객에게 조용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는 평가다.올해 칸영화제에서 국내 작품은 경쟁·비경쟁 부문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공식 섹션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영화 위기론이 고개를 든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애니메이션 장르가 비공식 섹션에 초청받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만화와 웹툰 장르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예술성을 갖춘 독립 애니메이션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안경’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애니메이션 극장용 중저예산 제작지원’을 통해 완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한국을 각별하게 아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톨릭 총본산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2년의 재위 기간 머물렀던 바티칸은 “살금살금 스며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한국의 존재감이 커졌다. 바티칸 대성전 벽과 광장, 성직 서열 곳곳에 한국과 관련된 이름이 각인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듬해인 2014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한국을 찾은 이후 한국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정부, 기업과도 깊은 인연을 쌓았다. 2021년 당시 대전교구장으로 있던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지명하고, 대주교로 승품시킨 게 대표적이다. 교황청 역사에서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성직자성은 전 세계 가톨릭 사제와 부제들의 생활과 직무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로, 성직자성 장관은 교황과 가깝게 소통하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재임 내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을 받았던 유 대주교는 2022년 한국 출신 사제 중 네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 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이번 교황 선종 후 열리게 될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한국인 중 유일하게 참가한다.그간 유럽 등 서양 출신의 성직자만 맡았던 교황청 요직에 한국인 사제를 발탁한 인선은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린 사고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도 읽을 수 있다는 게 가톨릭계의 평가다. 전쟁과 갈등 종식에 앞장섰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내내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강조했고, 비록 무산됐지만 유 추기경을 가교 삼
당장 숨이 새어 나올 것 같은 입술, 까끌까끌한 수염, 고된 하루를 보낸 퇴근길에 마주할 법한 공허한 눈빛…. 사람 같지만 사람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불쾌한 골짜기’에 발을 내디딘 순간,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나 같이 기괴한 사람의 형상은 어딘가 섬뜩하다. 거부감이 잦아들면 이내 동질감이 밀려온다. 가짜 인간에게서 익숙한 외로움과 불안이 느껴져서다. 이 생경한 공감은 마침내 감탄으로 바뀐다. “이렇게 사실적인 조각이라니.”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 조각가 론 뮤익(67)의 개인전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표현, 완벽하게 구현된 디테일이 돋보이는 극사실주의 인체 조각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뮤익은 이렇게 말한다.“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 현대조각의 이단아, 아시아 첫 회고전호주 출신의 뮤익은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 중 한 명이다. 영화나 어린이용 TV 프로그램에 필요한 모형 소품을 제작하다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1996년 사망한 부친의 모습을 실제의 절반 크기로 구현한 ‘죽은 아빠’를 영국 런던 왕립미술원에 출품해 스타가 됐다. 이후 30년 가까이 유리섬유, 실리콘 등으로 제작한 극사실적 인체 조각만을 고수하는 그의 작업은 서구 현대미술사의 물줄기를 트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영국 테이트모던과 내셔널갤러리, 미국 휴스턴미술관, 프랑스 파리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등 뮤익의 작품은 그간 유수의 공간에서 관객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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