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는 도약의 키워드를 ‘그룹 밖’으로 잡고 글로벌 완성차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올해 1분기 북미 완성차업체와 19억8400만달러(약 2조7600억원)에 달하는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IVI)를 납품하는 내용이다. 현대모비스의 올 1분기 현대차·기아를 뺀 완성차 수주 금액(비계열 수주)은 20억8400만달러(약 2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18억1000만달러) 대비 15.1% 늘었다. 현대모비스는 2023년엔 독일 폭스바겐과 5조원에 이르는 배터리시스템(BSA) 공급 계약을 맺었고,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섀시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0% 수준인 비계열사 매출 비중을 2033년까지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도 1분기 완성차해상운송(PCTC) 사업의 비계열 매출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해운 사업에 처음 진출한 2010년(12%)과 비교하면 네 배 넘게 확대됐다. 현대글로비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BMW 물량을 따낸 데 이어 중국 비야디(BYD)와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비계열 고객 확대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파워트레인과 시트 등을 만드는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 업체 시어와 2027년부터 10년간 3조원 규모의 일체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그룹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은 모기업 도움 없이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들어 완성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했다. 그 덕분에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업체보다 빨리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흔들리면 함께 휘청인다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양길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