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시간 끌면 공멸" 단일화 압박…버티기 들어간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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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만나자"…김문수는 즉답 피했다
조계사 첫 대면…후보 기싸움
金-국힘 지도부, 단일화 '충돌'
조계사 첫 대면…후보 기싸움
金-국힘 지도부, 단일화 '충돌'

두 후보는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한 후보는 행사 후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쯤 말했다”며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정도로 답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같은 날 공지에서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고 했지만 회동 일정을 잡지 않았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양자 간 신속한 단일화를 압박했다. 압력이 이어지자 김 후보 측은 “(경선 승리 후)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힘, 긴급의총 소집…金은 불참
지도부 "경선때 한 약속 지켜야"
한밤 김문수 찾아가 직접 설득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5일 대면해 보수 진영 단일화 논의에 물꼬를 텄지만 첫 만남부터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당 지도부는 신속한 협상을 촉구하며 김 후보를 압박했지만, 김 후보는 “당무 우선권을 방해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놓고 후보 등록일(11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자칫 ‘빅텐트’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단일화 첫 단추부터 기싸움
5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행사에서 만난 두 후보는 차담을 나눴다. 이날 한 후보가 여러 차례 만남을 요구했으나 김 후보는 “네”라고 답하며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오후 8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의원들과 당 대선 후보 간 첫 상견례가 됐어야 할 자리지만 김 후보는 불참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김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즉시 (한 후보를) 찾아뵙고 신속·공정한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던 경선 과정에서의 다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빅텐트에 동의하는 후보들부터 단일화를 이루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권 위원장 등은 이날 밤 김 후보를 찾아가 시급한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지도부는 후보 등록 시작일(10일) 전날인 9일까지는 양자 간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당 공식 후보가 압력에 등 떠밀리듯 단일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김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이날 당은 이양수 사무총장이 유임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입장문에서 “대통령 후보가 선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돼온 당무 우선권 침해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당무 우선권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부터 대선일까지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당무 우선권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어느 법을 준용하더라도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韓이 여론조사 앞섰지만…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으로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가 갑작스러운 ‘버티기’에 나선 건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바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일~이달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보수 진영 단일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 후보가 30.0%로, 김 후보(21.9%)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다만 협상이 길어질수록 공식 후보인 김 후보 측이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아지고, 여론조사 흐름 역시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11일까지 단일화하지 못하면 추후 한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국민의힘’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경우 투표용지에서 뒷번호를 받아 더불어민주당과의 양자 구도에서 크게 불리해진다.의원들도 다급해졌다. 당 4선 의원(김도읍 김상훈 박덕흠 윤영석 이종배 이헌승 한기호)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각자 생각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힘을 모으는 것이 먼저이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이번 대선은 필패”라고 했다. 의원들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도 “사심으로 딴짓하면 저는 결단하겠다” “분열은 필패”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날 한 후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고 ‘개헌 빅텐트’ 성사 의지를 거듭 밝혔다. 6일에는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오찬을 하는 등 범보수 진영 단일화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소람/박주연/안시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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